세상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일은 왠지 모를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강인한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극한의 고행을 감내해야 하는 산 사나이들의 이야기는 멋지고 우러러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은 인간의 욕망이 깃든 일. 에베레스트 주변에는 상상하기 힘든 추악한 진실이 곳곳에서 크레바스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2004년 5월, 미국인 의사 닐스 안테사나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중 가이드 구스타보 리시와 두 셰르바에게 버림받고 실종된다. 닐스의 딸 파비올라는 아버지의 실종 사건을 파고들면서 구스타보가 의도적으로 등반 경력을 속였으며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닐스 사건과 비슷한 사례들을 다룬 이 책은 에베레스트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고 있다. 신문사 통신원 자격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던 지은이는 상상하지 못했던 악과 부딪치게 된다. 조난당한 이를 구하지 않는 사람들, 고객을 우롱하는 가이드와 셰르파, 엉터리 산소통을 팔거나 목숨이 달린 등반 장비를 도둑질하는 이들, 베이스 캠프에 성행하는 마약과 매춘 등. 산 사나이의 숭고한 의지는 사라지고 돈만 있으면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게 된 현실이 그 타락상의 배경이다. 494쪽, 1만6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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