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대학과 책] 50인으로 읽는 중국 사상

종청한 지음/임태홍 옮김(무우수, 2007)

별의 수만큼이나 사상가들이 많다는 중국, 세월이 지날수록 더 절실해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자, 노자, 맹자, 순자, 제갈량과 같은 사상가들입니다. 그들이 즐겼던 수천 년 전의 고민거리들은 여전히 가십거리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며, 그들이 뱉어낸 한마디 한마디는 개인의 생활에서부터 국가의 통치철학에 이르기까지 사고나 행위의 지침으로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국가는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맹자의 언명을 봅시다. 위정자가 덕을 상실하면 하늘은 그를 버리고 새로운 위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역성혁명'논리는 중국 역사에 있었던 수많은 왕조 교체에 정당성을 제공했습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넓고 강력한 통일국가인 지금의 사회주의 신중국도 바로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왕도 정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그가 제시한 정전법(井田法)은 사람 수에 따라 논밭을 나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중국사회주의 제도와 같습니다. 결국 사회주의 신중국은 죽은 맹자가 만든 세상인 것입니다.

그러나 맹자 혼자만의 공로는 아닙니다. 맹자의 사고는 공자의 사고를 토대로 하고 있고, 공자의 사고는 '노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자, 공자의 사고는 맹자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장자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장자는 국가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한 맹자와는 달리 개인적 해탈과 인간 존재의 추구를 중시했습니다. 도와 무위자연의 철학에 근거하여 천지자연의 도에 따라 정신이 절대적인 자유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즉, 만물의 상대적인 가치를 구별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같은 존재이며, 타인도 자신도 그 속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고입니다. 이러한 장자의 사고는 바로 오늘날 민주주의 이념 철학의 한 축인 '자유'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대만 출신의 종청한(鐘淸漢) 교수가 지은 『50인으로 읽는 중국 사상』(무우수, 2007)을 보면 됩니다. 공자가 존경한 주나라의 성인 주공 단(周公 旦)과 BC 579년경에 태어난 노자에서부터 1866년에 태어난 손문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에 존재하는 50인의 사상가 이야기를 간략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기별로 고대의 11인, 한대의 8인, 육조'수당 시대의 7인, 송'원'명 시대의 12인, 청대'중화민국 시기의 12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이름이 익숙한 이도 있고 전혀 생소한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적으로 최소한 한 시대를 규정했거나, 그들의 논리에 의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얻거나 하였습니다. 징기스칸이 아들 오고타이에게 '하늘이 우리 집에 내려주신 보배이다. 앞으로 국정은 그에게 맡기라'고 추천한 야율초재(耶律楚材)의 예를 들겠습니다. 당시 초원의 기마민족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무력 침공에 의한 중원의 세력 확대정책을 지속하면서 한족들을 남김없이 살해하려고 합니다. 농경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기마 민족인 그들은 광대한 농지를 목초지로 만들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때 초재는 "힘들게 싸움을 한 끝에 토지만을 손에 넣고 백성이 없다면 누가 경작을 하겠습니까? 실력 있는 기술자가 없다면 어떤 것이라도 우리들의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살해를 금지할 것을 주장합니다. 결국 오고타이가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민중을 석방하게 되는데 그 수가 147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관례가 되어 후에 도성을 함락할 때도 민중들이 살해를 면하게 되었다고 하니 야율초재는 실제 한족의 멸종을 막은 공로자라 할 것입니다. 좌절당한 조숙한 천재 가의(賈誼'BC 200~BC 168)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빠른 출세를 하였던 그가 좌천되어 벽촌에서 살면서 쓴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복(福)은 화(禍)가 숨어 있는 곳이고 화는 복이 다가오는 곳이다. 그래서 복과 화는 새끼줄이 서로 꼬여 있는 것과 같다.'

종청한 교수의 『50인으로 읽는 중국 사상』 이야기는 중국 5천년의 지혜입니다. 2010년 새봄에, 올 한 해를 설계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장, G20를 준비하는 국가정책 결정자 모두에게 한 번쯤 읽기를 권합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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