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백화점의 이랜드 인수를 둘러싸고, 하루 아침에 회사주인이 뒤바뀌게 될 동아백화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직원들은 "세부적인 내용도 없는 '포괄적인 고용승계'라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승계 하겠다"고는 하지만=이랜드는 8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동아백화점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불러모아 설득작업을 벌였다. 동아백화점 한 관계자는 "이랜드에서 30여명에 달하는 팀장급 직원들이 내려와 일대일 설득을 했다"며 "다른 곳에서 이랜드로 합병된 직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나 역시 이랜드로 직장을 옮겼지만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회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랜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맨 먼저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일정 기간 동안 지역에서의 고용유지 조항 삽입'이다. 한 팀장급 직원은 "이랜드가 전국권 기업인 만큼 당장 경영권이 넘어가고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타지역 발령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말뿐으로 그치는 고용 승계가 아니라 대구에서 몇 년 이상 고용 보장 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직원들의 퇴직금 승계문제도 '뜨거운 감자'. 동아백화점 직원들은 "동아는 호봉식 임금체계를 가진데 비해 이랜드는 연봉식"이라며 "이랜드로 퇴직금이 승계되면 당장 퇴직금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직원들은 화성산업 측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직원 의사와는 무관한 일방적 고용승계=동아백화점 직원들은 "적어도 선택할 기회는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조가 있었더라면 이런 처사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하고 있다. 직원들은 MOU체결이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8일 MOU에 서명하는 시점까지도 매각사실을 전혀 몰랐다. 적어도 화성산업에 노조가 있었다면 사측은 매각 사실을 노조 측에 알렸으리라는 것이다. 기업 매각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사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발적 퇴사'로 간주돼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직원들의 불안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산업 임성웅 상무는 "동아의 자산가치가 높았다면 상당한 수준의 직원 복리를 이랜드 측에 요구할 수 있었겠지만 그럴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등 화성산업이 직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모든 방법에 대해 최선을 다해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계약 파기 가능성은 없어=직원들의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동아백화점의 이랜드 인수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MOU(양해각서) 수준의 느슨한 협상이기는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300억원의 이행강제금 조항이 달려있다보니 함부로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
화성산업 측은 "앞으로 늦어도 2주일 안에는 본계약을 맺게 된다"며 "만약 계약을 파기하려면 30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의 근간을 흔들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MOU가 이행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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