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와 지수는 경제의 '내비게이션'이다. 여러 경제현상 중 의미 있는 항목들의 수치를 통계나 수학적으로 가공한 지표와 변화상을 숫자로 환산한 지수는 미래 경제의 방향과 상태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금융시스템 전반의 움직임과 위기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연구원이 최근 개발하기로 한 '금융상황지수'(FCI·Financial Condition Index)는 주요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금융시장을 한눈에
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조기경보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지표를 표준화한 금융상황지수를 올해 개발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금융기관 유동성, 종합주가지수 등 대표적인 금융 지표를 비롯해 환율, 외환보유액 등 외환·자본시장의 주요 지표를 망라해 가중 평균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할 계획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지수는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실용화된 상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요동치는 금융시장과 정부 정책을 분석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지수화한 '금융스트레스지수'(FSI:Financial Stress Index)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도 각각 '균형상황지수'(ECI·Equilibrium Condition Index)와 '금융상황지수'를 개발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도 금융상황지수(GSFCI:Goldman Sachs FCI)를 개발해 국가별 투자판단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거시경제지표와 신용도 등을 합산해 금융안정성을 평가하는 종합금융안정지수(CFSI·Composite Financial Stability Index)를 내놓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정 기간 시뮬레이션을 거쳐 지수의 실효성을 검증한 뒤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통계청 공식 통계로 등록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대외개방도 높은 우리 금융시장의 위기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지표·지수가 반영될까
금융상황지수에는 금융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과 은행 부문의 주요 변수들이 활용될 전망이다. 장·단기 금리와 통화량, 종합주가지수 경기선행종합지수의 지표뿐만 아니라 금융·외환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 장·단기 금리차는 보통 금리의 방향성을 볼 수 있다. 금리차가 줄면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차이가 커지면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국공채와 회사채 등이 거래되는 장기자금시장에는 자금수요가 몰려 금리가 높고, CD와 콜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사고파는 단기자금시장은 공급이 많아 금리가 낮다. 그러나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돈을 빌리길 꺼리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 금리가 떨어진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면 경기가 나빠질 것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기관유동성(Lf)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렸고, 또 얼마나 돌아다니는지를 지표로 나타낸 것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 부담이 줄어 투자나 소비가 증가한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도 선행 지표다. 기업 실적 개선 등 경기 전망을 밝게 보면 주가가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빠져나온다. 1달러를 바꾸기 위해 몇 원을 줘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와 물가, 경제성장률, 대내외 실질금리차 등이 반영되는 지표가 된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인도를 대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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