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고용쿼터제가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현장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은 최근 경기 회복과 수출 물량 증가로 일감이 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주물·섬유·도금·플라스틱 사출 등 3D업종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생산현장에 쓰고 싶지만, 정부가 내국인 실업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취업 배정 인원을 크게 줄이면서 중소제조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고령 주물단지 ㈜우전 관계자는 "일감이 지난 연말보다 10% 이상 늘어 현재 24명의 인력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근로자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광고를 해도 오는 사람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려고 중소기업중앙회에 지난해 신청을 했지만 아직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허용한 지난해 외국인 취업 입국자 규모는 1만3천명. 2008년 6만8천명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중소제조업체들은 현장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기 위해 중기중앙회에 인력 배정을 신청했지만 9월 이후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체들은 불법 체류자들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들마저 수도권이나 근무환경이 좋은 업체를 선호해 대구 등 지방에서는 인력난이 더 심각하다.
대구경북염색조합 유호생 상무는 "지난 1월 비수기에 회원사 1천2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200여명의 인력이 부족했다. 성수기인 요즘은 인력이 더 필요한데도 구할 수 없어 초비상"이라고 말했다.
한 염색업체 사장은 "정부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그건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3D업종에선 내국인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업대란은 딴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쿼터제에 묶여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 대구경북본부 임영택 과장은 "지난해 9월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로 배정이 끝난 후 지역 제조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 800여명을 신청했지만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배정 인력 결정이 늦어지면서 인력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영세기업 및 3D 업종 사업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외국인 고용제한 조치다. 취업을 희망하는 내국인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외국인근로자(E-9) 비자를 받고 입국한 근로자는 국내에서 3년간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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