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권력의 단맛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대구경북 곳곳에 플래카드가 나붙고,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어깨띠를 두른 채 얼굴 알리기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정형이자 민의의 표출 창구다. 6'2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정당들은 지금 공천심사라는 예비선거를 치르고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상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에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공천심사위 도입 두번째를 맞이한 한나라당은 민의 공천, 투명'엄정 공천을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재차 천명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은 탈이 많았다. 이유는 뭐겠는가. 국회의원 사천설이 정설이 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심위는 '들러리'라는 안팎의 비난에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면 이번 6'2지방선거는?

우울한 소식이 여전하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 때 국회의원의 '힘'을 톡톡히 경험한 선거주자들은 국회나 국회의원 사무실에 소복했다. 눈도장부터 찍어야 하니까. 오죽했으면 공심위가 꾸려지는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법당'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이번 선거만큼은 국회의원들의 제왕적 권력이 사라질까 하는 희망도 기우인 듯 경북의 한 국회의원은 공심위를 제치려고 한다. 자신과 뜻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선거 출마예상자의 공천 신청 자격 박탈에다 특정 출마예상자의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당에서조차 당원인 국회의원 스스로가 당이 만든 공심위를 '들러리'로 만드는 처사라고 통탄하고 있다.

우울한 소식 속에 그나마 몇몇 국회의원은 공천 불개입과 중립을 천명했다. 어쩌면 국회의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공천에 개입해 왔다는 방증인 것 같다.

국회의원은 그 자체로만 '권력'이다. 나랏일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까지 힘자랑할 이유가 별로 없다. 지금까지는 사실 공천권을 쥐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종 부리듯 하지 않았는가. 이제부턴 공심위와 지역(시도민)에 맡겨보자. 관여자로서 욕을 얻어먹는 것보다 훌륭한 관전자로 칭찬을 받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최근 지역 불교계는 4월 22일 동화사 주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역 180만 불자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불교계는 지난 3차례의 선거에서 홍역을 치르자 교계 원로와 중진들이 직접 나서 후보를 추대했다. 민의인 불자들의 뜻을 존중한 것이다.

왕도정치를 표방한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그 다음은 사직이며 임금이 가장 가볍다"고 했다. 왕도정치의 처음과 끝에 백성이 있고, 백성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맹자는 수천년 공자와 함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권력의 단맛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단맛에 너무 빠져들면 결국 곪아 터진다.

중국 명나라의 권력자이자 간신인 위충현은 백성을 핍박하고, 관직을 팔아 그러모은 재산이 나랏돈보다 많았다고 한다. 위충현의 백성과 나라에 대한 후안무치는 결국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었고, 자신 역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더니 단맛 뒤 하루아침에 역사는 그를 지워 버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은 국회의원이 아닌 백성들이 피우고, 지게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백성을 사랑한 맹자의 마음과 위충현의 우(愚)를 가슴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이종규 문화부 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