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 잡음은 정당공천제의 설득력을 잃게 한다. 여야 정당들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면서 '공천의 투명성과 민주화로 부작용을 줄일 것'이라고 했으나 작금의 공천 잡음은 정치권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유지들의 독점을 막고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는 퇴색되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사천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회의원과 예비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식 공천권 쟁탈전은 정당공천제에 대한 회의와 함께 유권자들의 선거 외면을 불러온다. 공천의 투명성을 내세우며 외부 인사를 공천 심사에 참여시켰지만 이마저 들러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외부 인사 2명은 최근 '원칙과 기준도 없는 공천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은 대구시와 경북도 내 거의 전 지역에서 빚어졌다. 선거의 특성상 공천을 둘러싼 마찰과 잡음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거나 충성을 맹세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은 푸념으로만 돌릴 형편이 아니다. 일부는 공천 결과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회의장에 들어가 폭행을 휘두르는 소동도 빚어졌다. 시장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시장은 '공심위가 중앙당의 공천 규정을 스스로 어겼다'며 공천 무효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공천은 대구경북에선 당선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와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 경쟁은 격렬하다. 그러나 공천=당선의 등식이 현실인 까닭에 공천은 더 정당성과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유권자들이 더 이상 들러리에 머물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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