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광목'과 '불빛'이다. 문인화의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며 3년 만에 전시를 여는 야정 서근섭의 새로운 시도다.
5월 3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 전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55점 모두 광목에 작품을 그렸다. 이처럼 모든 작품에 광목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 "광목에 그림을 그리면 종이에서 얻을 수 없는 먹의 맛과 깊이가 있어요. 번짐이 불규칙해서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죠."
그는 문인화의 현대화를 오랫동안 추구해왔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서양화의 재료나 소재를 문인화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문인화의 극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문인화의 상징적 표현이나 기운생동(氣韻生動), 함축미와 여백 등 문인화 본래의 표현 정신을 극도로 강조했더니 오히려 서양의 현대미술과도 통하더라는 것. "서양을 어설프게 흉내내느니 전통을 좀 더 발전시키는 게 경쟁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획, 먹의 맛, 번짐 등은 서양에서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죠."
그는 형상을 그리되 대상을 극도로 부각하거나 형태를 흐트리고 부순다. 대상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작품은 대상의 느낌만 전해줄 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선의 움직임만 드러낸 작품, 형상을 부순 '비오는 정원의 풍경' 등은 언뜻 형태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전체 화면에서 단순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작가의 또다른 시도 중 하나는 작품 뒷면에서 불빛이 스며나오게 한 것이다.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조명을 설치, 은은한 달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명을 설치한 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문인화와 서예의 현대화에 대해 늘 가르치면서 스스로 그 모범이 되길 바라며 준비한 전시"라고 말했다.
미술 이론가 이중희씨는 "사군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문인화 화단의 현실에 비춰 이 전시는 현대 문인화의 의미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문인화의 본질은 속세를 거부하는 정신인데, 형식적 기교와 더불어 단아하고 청아한 탈속(脫俗)의 기운이 우러난다면 현대 문인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전시"라고 덧붙였다. 053)420-80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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