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영원한 초보정신이 창조적 전문가 만든다

창의-전문성은 상충되는 가치…균형성장지표 계발, 매일 실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전문가는 창조적인가? 그렇지 않다. 유감스럽게 전문가들은 비창조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오류와 실수는 전문성에 대한 치명적 타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는 이미 검증된 방법을 선호하며 실수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회피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게 마련이다. 바로 이 점이 전문가가 창조적이기 어려운 이유다.

21세기 인재의 가장 핵심적인 덕목은 창의성이다. 동시에 지식사회의 기본은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의'라는 덕목과 '전문성'이라는 덕목은 상충되는 가치다. '창의적 전문가'라는 말은 일견 그럴듯한 조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극적 가치를 품고 있다. 어떻게 이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전문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일 뿐만 아니라 한 조직이나 사회가 풀어야할 화두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은 비굴했으나 그의 사유는 빛났던 사람,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 아마추어! 이 말은 학문이나 예술을 오직 애정과 즐거움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싶은 순수 열정 때문에 추구하는 사람들을, 생업으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얕잡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 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에게는 수단에 불과하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한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로 위대한 아마추어들을 나열하자면 줄이 꽤 길다. 트로이를 발견한 하인리히 슐리만은 상인이었다. 패러데이의 법칙으로 유명한 마이클 패러데이는 제본공이었고 에너지 보존 법칙의 율리우스 로베르트 폰 마이어는 의사였으며 전신 부호를 발명한 사무엘 모스는 화가였고 사진을 발명한 루이 다게르도 화가였다. 이들은 모두 한 분야에 대한 애정 때문에 자신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영원한 아마추어의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훌륭한 프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변화경영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끊임없이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창조활동을 위한 지표를 계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지표들을 '창조적 전문성을 위한 균형성장지표'라고 부르고 있다.

첫째, 독서와 연구를 통해 한 해에 20% 수준의 새로운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하라. 그러기 위하여 1년 동안 하나의 뿌리 주제(root-theme)를 정하고, 그것을 세 개 정도의 소주제(sub-theme)로 나누어 다루라. 그 중에서 특히 한 소주제에 밀착하여 집중 집필함으로써 매년 책으로 출간하여 늘 그 분야에서는 최신 지식으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1년 3주제 1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13년 동안 17권의 책을 썼다.

둘째는 철저하게 '시간 R&D'를 확보하는 것이다. 매일 새벽, 하루 10%의 시간은 글을 쓰는 데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1주일에 30시간은 연구와 독서에 투입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10% 플러스 30 시간'이라고 부른다.

셋째는 '창조적 소수'와 만날 수 있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매년 신규 추가 인원으로 40명 정도를 받아들이고 언제나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휴먼 네트워크를 관리할 때 유의해야할 것은 그저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함께 운동하는 정도로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관계는 함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실험과 배움이 놀이처럼 제공될 때 강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연구 프로젝트들을 홈페이지에 띄우고 관심을 가진 연구원들을 모아 팀을 짜서 매월 2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병존시키고 있다. 각 프로젝트당 매주 1개의 연구 칼럼을 온라인에 발표하게 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얼굴을 대면하여 직접 만나 함께 연구하고 즐기고 있다. 나는 이것을 '창조 놀이'라고 부른다. 창조놀이의 연구 프로젝트는 하나의 책으로 정리되어 참여자가 공동 저술한 저서로 출간된다.

창조적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위한 균형성장지표를 만들어 보고 매일 작동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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