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도시이다. 19세기말 세계열강들이 한반도의 개방을 요구하면서 인천 앞바다에서 힘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불평등조약이 체결되고 일제의 식민지로 몰락하면서 개항장으로서 인천의 첫 번째 역할은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는 1950년의 인천상륙작전이었다. 인민군에 밀려 낙동강전선에서 지루한 소모전을 벌일 때,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냈다.
인천이 이렇게 역사의 고비마다 주요 무대가 되었던 것은 인천 동쪽 40㎞에 수도 서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해방 후 인천은 '서울의 관문'일 뿐이었다. 지저분한 항구도시 인천이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 서울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을 공급해주는 수입항의 역할을 다했다. 냉전시대의 인천은 북쪽으로 가는 뱃길은 물론 서쪽(중국)으로 가는 바닷길까지 막혀있었기에, 오직 서울만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날 날만을 학수고대 하던 인천에게 드디어 비상의 기회가 찾아왔다. 영종도에 새로운 국제공항건설이 건설된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신공항을 '뉴서울 공항'으로 명명할 계획이었지만, 인천시가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 '인천국제공항'으로 정해졌다.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면서 인천은 세계로 뻗어갈 날개를 달고 국제도시로 거듭날 호기를 맞이하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도쿄 나리타공항이나 상하이 푸둥공항을 제치고 '동북아 허브공항'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인천항만도 대중국 교역증대에 힘입어 물동량이 크게 늘었고, 중국으로 운항하는 여객선도 활황을 이루고 있다. 이제 인천은 단지 서울을 뒷바라지하는 항구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세계를 향한 국제도시로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국제화(globalization)는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결정적 관건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가별 국제화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공대 기업사이클연구소(KOF)의 2007년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제화지수는 122개국 중 38위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중국보다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GDP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자산투자 등의 비율을 변수로 하는 경제적 국제화는 62위로 세계 11위까지 올랐던 경제대국의 면모를 무색케 한다.
이제 인천이 대한민국의 국제화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총 6천400만평 규모의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그것이다. 특히 22㎞에 달하는 아름다운 인천대교로 인천공항까지 15분에 연결되는 송도신도시는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인천타워, 국제회의장, 특급호텔 등 세계일류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영어공용화와 함께 달러까지 통용될 수 있는 국제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서울이 독차지한 국제기능 중 일부를 우리에게 달라'는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도전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화를 통해서 선진화를 이룩해야하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인천이 맡은 새로운 소임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5개 경제자유구역의 성공과도 직결된다. 인천이 성공해야만 타 지역도 자신과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경제자유구역에 자유(自由)가 없다'는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탄식처럼, 중앙정부의 각종규제로 인하여 외국계 기업, 대학, 병원 등의 유치가 순탄치 않다. 국제화를 가로막는 규제의 배후에는 서울중심적 사고에 젖어 있는 중앙정부 공무원들, 수도권지역의 학자와 언론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수도권규제를 폐지하는데 과감히 나섰고, 효율을 앞세워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는 데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은 수도권의 일부이다. 서울중심주의자들은 수도권인 인천에게조차 인색한 셈이다. 서울시는 여의도, 테헤란로, 광화문 등지에 국제비즈니스 기능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고, 2012년 세계핵안보정상회의도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밖에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할 장소가 없다'고 하면서.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에서 인천에게 부여된 세번째 임무인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세계화'를 이룩하고, '대한민국의 서울공화국화'를 방지하여,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험대이다.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인천 파이팅!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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