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황혼] 디지털 황혼을 즐기는 사람들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나이가 상관 있나요?

실버세대들이 IT업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즐기며 젊게 살고 싶어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정보격차해소백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지난 2006년 12.5%에 머물렀지만 2007년 18.7%, 2008년 20%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노년층의 정보화 열기를 반영하듯 이들을 위해 마련된 강좌에는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다. 나이와 세대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지면서 젊은이 못지 않은 IT 지식으로 무장한 달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황혼이 즐겁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 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 컴퓨터실. 인터넷반 강좌를 듣는 어르신들이 강사의 말에 따라 열심히 마우스를 조작하고 있었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강사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의 태도에서 뜨거운 학습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김병우 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 정보화강좌 담당자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초급'인터넷'중급'홈페이지반 등 4개 강좌를 개설해 두고 있다. 수강생들의 학습 태도가 매우 우수해 결석을 하거나 지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대한 노년층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강좌 개설도 많아졌다. 대구의 경우 10개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구청과 주민자치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다. 수강료가 대부분 무료 또는 월 1만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고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수강 경쟁은 치열하다.

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지금 신청을 하면 3~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할 만큼 대기자가 많다.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컴퓨터 강좌(컴맹·초급·중급·고급)도 신청 인원이 많아 늘 추첨으로 수강생을 뽑는다. 만 5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정보화아카데미 초(3주)·중(3주)·고급반(2주) 등을 운영하고 있는 수성구청의 경우 지난 2월 8일 상반기 교육 신청(정원 800여명)을 받은 결과 불과 3시간 만에 모든 강좌의 등록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초'중급의 경우 지난해 1개반 운영하던 것을 올해 2개반으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권영락 수성구청 정보화아카데미 담당자는 "요즘 어르신들의 IT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장 접수뿐 아니라 전화 접수를 하려는 어르신들이 몰리면서 20대의 전화로 접수했는데도 불통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컴퓨터 선물하세요

노년층에 정보화 바람이 불면서 어버이날 선물 풍조도 바뀌고 있다. 어버이날 단골 선물은 카네이션과 건강식품이었지만 최근 컴퓨터를 선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성훈(45·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지난해 어버이날 선물로 아버지에게 노트북 PC를 사드렸다. 그동안 정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을 드렸으나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은 뒤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웹서핑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과 따로 살기 때문에 사정을 잘 몰랐는데 가끔 집에 오시면 손자 컴퓨터를 켜서 메신저로 친구분들과 대화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컴퓨터를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와 아버님 모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어버이날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어르신정보화제전

컴퓨터 고수를 가리는 대회(주관 행정안전부, 주최 한국정보화진흥원)로 2004년 시작됐다. 연령에 따라 1부문(만 75세 이상), 2부문(만 65세 이상), 3부문(만 55세 이상)으로 나눠 정보검색 및 문자'이미지를 활용한 문서작성과 편집능력 등을 겨루며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각 부문 최종 승자를 가린다.

대구지역 예선인 '2010 어르신인터넷과거시험'은 6월 5일 계명문화대학에서 열린다. 참가신청은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구군 정보화부서에서 받는다. 본선은 6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다. 본선 출전자 수는 시도 규모에 따라 다른데 대구에서는 각 부문 3위까지 총 9명이 본선에 출전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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