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5년 7월 '또치' 기사후 보호대책 쏟아져

5년 전 달서구를 담당하던 기자는 두류공원 인근 도로에서 야생너구리가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달려가 보니 보통의 야생너구리보다 훨씬 큰 너구리가 중상을 입고 있었다. 기자는 기사를 쓰며 이 너구리에게 '또 치였다'는 의미로 '또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또치'는 2005년 7월 19일자 본지 1면에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의 기원에도 불구하고 죽고 말았다. 이후 또 이상한 제보 전화가 들어왔다. '또치' 죽음 이후에 두류공원 너구리들 사이에 권력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 소식을 듣고 너구리들을 며칠 밤에 걸쳐 관찰해 보니 뭔가 수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너구리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 서로 먹이쟁탈전을 벌이고, 밤마다 너구리들끼리 다투는 '애~ 아우우~'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이야 당사자인 너구리가 아니고선 잘 모르겠지만 이 기사들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대구시와 두류공원 관리사무소, 동물병원, 달서구청 등이 나서서 너구리 보호대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또치'의 죽음이 다른 야생너구리들에게는 두류공원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너구리들은 공원 일대에 서식하며 먹이를 먹을 때가 되면 산마루 휴게소에 집단적으로 내려와 먹이를 먹었으며, 새끼까지 데리고 나온 너구리 가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생성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이들은 사람이 가까이 와도 피하지 않았으며, 휴게소 주인이 주는 먹이를 가까이 와서 받아 먹기도 했다.

이후 기자가 3년 동안 서울정치부 기자로 있다 지난해 대구로 내려와 보니 '또치'의 후예들마저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금이라도 두류공원에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계획 속에서 두류공원의 상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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