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양군 '복마전' 오명…'비리 3종세트' 굴욕

군수 군의원 공무원 비리…주민들 "청정 이미지 되찾자" 목소리 높아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영양군이 군수, 공무원, 군의원 등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부패군(郡)'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지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다"는 비판론과 함께 비리를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비리 3종 세트'=감사원은 최근 권영택 영양군수가 법 규정을 어기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모 건설사에 27건의 공사(30억원)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해 주고 관내 조경·문화재 공사를 독점하게끔 견적서 제출 자격을 제한하는 등 담합을 주도했다고 밝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영양군청 7~9급 공무원 12명은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신들이 주로 거래하는 식당 업주들을 통해 백지영수증을 받아 자필로 기록하는 방법으로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만들어 2천여만원 상당의 야간급식비를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영양군의회 A의원은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국가보조금 4억여원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로 구속됐다. A의원에게 허위공문서를 작성해주고 보조금을 지급한 군청 공무원 6명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올 들어 지금까지 공금 유용 등 비리 혐의로 입건된 영양군 공무원이 30명에 달하고, 6명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군수는 물론 군청 직원과 군의원까지 비리에 연루됨에 따라 영양군청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군청을 향해 '영양군이 비리 3종 세트냐'는 주민들의 비아냥이 쏟아지면서 직원들은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직원은 "주민들 보기가 겁나 출장을 가기 힘들 정도"라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온정주의가 비리의 주범?"=영양군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자 주민들은 개탄하고 있다. 한 주민은 "자고 일어나면 영양군의 비리가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니 외지 사람들 보기기 부끄럽다"고 했다. 다른 한 주민은 "청정 영양군이 어쩌다가 '복마전'이란 오명을 얻게 됐는지 괴롭다"고 털어놨다.

영양군이 연이은 비리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인구가 1만8천여명으로 적은 데다, 동문·친척·친구 등으로 엮인 지역 특유의 온정주의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양군청 공무원 H씨는 "서로 '형님''아우' 하는 온정주의 분위기가 팽배해 비리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수와 군의회가 비리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대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비리에 연루돼 '지방자치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군의원은 "윤리위원회가 구성만 돼 있지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털어놨다.

주민들은 영양의 자존심을 걸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 김모(55)씨는 "이대로 가다가는 군 전체가 토착비리의 온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비리가 만연한 것은 내·외부 감시 체제가 느슨하고 담당 공무원들의 청렴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양 JC 관계자도 "군수, 군의원, 공무원들이 망쳐버린 청정 이미지를 주민들 스스로 다시 찾아야 한다"면서 "다가오는 6·2 지방선거에서는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