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낀/주인석 지음/그루 펴냄

'낀' 존재들에게 보내는 애정의 눈길

수필가 주인석씨가 수필집 '낀'을 출간했다. 여기서 '낀'은 사이에 낀 존재들을 지칭하는데, 주인석은 이번 작품집을 통해 '낀' 존재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왈바리'처럼 말 그대로 낀 존재이었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빼버려야 하는 존재를 '낀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조각에 불과한 왈바리처럼 낀 존재가 없다면 옹기는 전혀 엉뚱한 무엇이 되고 만다. 그러니 '낀 존재' 왈바리야말로 옹기 작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옹기는 옹기대로 정수이고 왈바리는 왈바리대로 정수인 셈이다.

주인석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어디든 끼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스스로 내면에 끼어 있든, 가정과 사회에 끼어 있든, 거대한 세상의 한낱 구성원으로 끼어 있든 우리는 모두 '낀 존재' 일 수밖에 없다. 주인석이 우리 모두를 '낀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껴안고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평범한 우리가 흔히 그렇듯 '낀 존재'는 거기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잘난 데도 없고 모난 데도 없다. 그래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그러나 낀 존재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아귀를 맞추듯 끼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얼른 보기에 주인석의 수필집 '낀'은 애처로운 삶의 본질 앞에서 터뜨리는 오열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힘찬 지지의 목소리에 해당한다.

수필가 홍억선씨는 "주인석의 작품은 교훈이나 깨우침의 명분으로 아픔을 헤집는 일이 없다. 작품이 곧 작가라는 수필 문학에 등식을 대입해볼 때 그의 삶과 가치관이 무엇을 지향하는 지 금세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수필가 허창옥씨는 "주인석의 수필은 복잡한 구조나 중첩된 서술 따위의 기교를 배제하고 차분한 문장으로 울림이 큰 주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한다.

작품집 곳곳에 작가가 직접 해학적인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작품을 쓸 당시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책에 그림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279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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