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 엄마에 그딸 '봉사 유전자' 이웃사랑 대물림

자원봉사 문화 새 트렌드 '가족 봉사단'

8일 낮 대구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가족봉사단인
8일 낮 대구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가족봉사단인 '희망봉사회'가 복지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어버이날인 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 1층 식당 주방. "이모, 두부 더 얹어야 돼?" "엄마, 밥은 이 정도만 담을게."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춘기 중'고생들과 엄마'이모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복지관 어르신들을 위한 밥짓기 봉사 중이에요. 중'고생 아들'딸들과 엄마, 이모들이 함께하는 가족봉사죠."

15명 남짓한 모임(희망봉사회) 회장 박영욱(53'여)씨는"벌써 10년째 이어져 온 봉사"라며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단위 봉사를 통해 봉사의 기쁨은 물론 아이들과 교감하기 때문에 보람도 배가 된다"고 했다.

'가족 봉사'가 자원봉사 문화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봉사 현장이 살아 있는 가정교육의 장이 되고, 가족 모두가 봉사에 참여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00년 중학생 아이들의 봉사활동에 엄마들이 참가하면서부터 시작한 이 봉사회는 회원 수가 당초 3명뿐이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엄마 10명과 자녀 22명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은 "아이들이 엄마를 데려왔고, 엄마는 이모를 데려왔다. 이모는 또 친구를 데려와 아이들도 동행하다 보니 어느덧 가족봉사단으로 변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희망봉사회의 봉사 시간은 현재 1만 시간을 넘어섰다. 1만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쉬는 날 없이 매일 봉사활동에 전념해 꼬박 3년4개월(1천250일) 이상을 계속해야 가능한 시간이다.

회원들은 가족봉사의 장점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봉사 현장에서 부모가 헌신하는 것을 보기 때문에 굳이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엄마 박선희(48)씨와 함께 현장에 나온 이도현(17)양은 "초교 5학년 때부터 봉사 현장을 따라다녔는데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는 엄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족봉사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 중앙봉사회에서 2000년부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용배(59)'이오득(50'여)씨 부부는 딸 도연(11)이를 '모태 자원봉사자'로 키우며 지금까지 봉사 활동을 함께 했다. 김씨는 "딸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었고, 가족 화합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했다.

이 같은 장점들 때문에 가족봉사단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 실제 대구시 자원봉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가족봉사단은 지난해 말 기준 118개로 2008년 54개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참여 인원 수 역시 2천724명에서 5천831명으로 불어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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