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앞차가 유난히 꾸물거리며 갈 때가 있다. 운전자가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겠거니 해서 괘씸하다는 생각에 경적을 울리며 사납게 추월하게 된다. 그런데 백발의 할아버지, 흰 장갑을 곱게 낀 할머니가 운전석에 앉아 계시면 아차 경솔했구나 후회할 수밖에 없다.
사회 노령화에 따라 노년층 운전자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65세 이상 노인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율은 노인 인구 증가율의 3배가 넘었다. 또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사회적 공감대에 힘입어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 추세이지만 사고 책임이 큰 제1당사자가 노인 운전자인 사고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이 먼저 빚어진 선진국에서는 노인 운전을 간접 제한하는 법규나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노인도 젊은이 못지않게 차를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안전운전, 경제운전은 운전 경험이 풍부한 노인이 더 적격이며 실천도 제대로 할 것이다.
운전자 고령화에 대비한 시스템 및 각종 교통시설물 마련은 정부가 시급히 나서서 할 일이지만 앞차 운전자가 노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뒤차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뒤 유리창에 재미난 문구가 붙은 차들이 있다. 주로 초보운전임을 알리는 것들이다. '3시간째 직진 중' '당신도 한때는 초보였다' '가만두면 초보, 건드리면 람보' '왕초보-밥하고 나왔어요' '원조초보-백미러 못 봅니다' 등은 유머난에도 많이 올랐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보고 소화기 들고 뛰어갔다는 익살도 있다.
노인이 운전자임을 알리는 스티커 찾아보기는 노인 운전자 차를 앞세우기보다 어렵다. 경찰청은 대한노인회와 함께 2005년부터 '천천히-노인께서 운전 중입니다'라는 실버마크를 배포해 왔다. 경기도는 지난해 '어르신 운전 중'이란 스티커를 시군을 통해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쑥스러워서 차에 부착하는 것을 꺼리는 때문인지, 늘어나는 노인 운전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 때문인지 길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주 어버이날을 맞아 대부분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을 것이다. '어르신 운전 중'도 좋고 '저희 할머니께서 운전하세요' '장인어른 운전 중'이란 문구도 좋겠다, 노인 운전 차에 '실버마크'를 부착해 드리면 도로 분위기가 한결 공손해질 것 같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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