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스승의 날에 되돌아봐야 할 것들

오늘은 제29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고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날이다. 가벼운 선물이나 꽃 한 송이라도 들고 스승을 찾아가 감사하고 인사 드리는 게 도리다. 하지만 일 년에 단 하루밖에 없는 기념일에 제자 된 도리가 무엇인지 떠올리기만 하더라도 스승의 입장에서는 족할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이켜보면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교직이 천직이라는 선생님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보람과 자긍심으로 마음이 뿌듯해지기보다는 아이들 가르치는 데 갈수록 힘이 들고 급기야 교단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진다는 교사들이 주변에 적지 않은 현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나 교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식 변화, 교사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교육 환경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어긋난 자식 사랑과 가정교육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버릇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아이들, 교육 당국과 시민사회단체의 부당한 간섭 등도 교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다.

사정이 이러니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건성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들도 생겨나고 갈수록 교단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정년을 많이 남겨두고도 가르치는 일에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명예퇴직하고 사회로 나서는 몇몇 교사들의 사례가 그 방증이다. 교사들을 옥죄는 교육 현실 때문에 주어진 틀에 자신을 맞추고 가르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우리 선생님들을 어려운 처지로 내몰고 있는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은 먼저 스승으로 대접하기는커녕 함부로 교사들을 대한 적은 없는지, 학교에서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 말만 믿고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또 공교육을 불신하고 뒷전으로 밀쳐놓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교사들의 애로는 아랑곳 않고 자기 주장만 앞세워 교직에 혼선과 혼란을 주지 않았는지 교육당국과 시민사회단체도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교직과 교단이 성역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사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고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교사를 가르치는 수단쯤으로 여긴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스승의 날 하루라도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교사와 교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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