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 '콩다방'을 아십니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는 '별다방', 커피빈은 '콩다방', 엔젤리너스는 '천사다방' 등으로 불리고 있다. 입에 겉도는 외래어보다는 입에 착착 감기는 어감이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본래 이름보다는 '애칭'이 더 사랑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워낙 외래어가 남발되는데다, IT제품이나 화장품의 경우 어려운 제품명이 많아 기억하기 쉬운 우리말로 줄여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업계에서도 '애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어떤 이름을 갖느냐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기도 한다.
◆고현정 에센스, 지우 세럼
"블랑 엑스퍼트 GN-화이트 에이지 파이트 인텐스 화이트닝 스팟&라인 이레이저" 무려 32자에 달하는 긴 이름을 외워 이 화장품을 구매할 소비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 제품은 '고현정 에센스'라는 간단한 애칭으로 통용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광고 모델인 고현정의 이름을 내세운 것이다. 시세이도에서는 미백 제품은 '지우 세럼', LG생활건강 라끄베르의 핑크빛 립스틱은 '연아 핑크', 앤프라니의 팩트는 '담비 팩트'로 불린다.
이미 업계에서는 '애칭 있는 화장품은 베스트 셀러가 된다'는 속설까지 생겨날 정도다. 에스티 로더의 '갈색병'으로 불리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가 대표적인 사례. 겔랑의 메테오리트 파우더는 '구슬파우더'로, 크리니크의 클래리파잉 로션은 '소주 스킨'으로 알려져 있다.
도무지 너무 길고 어려워 외우기는커녕 받아 적기도 힘들었던 화장품들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던 화장품 '애칭'. 이런 화장품 업계의 애칭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품이 입소문을 통해 회자되면서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아예 제품 출시 단계에서부터 애칭 작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모델로 기용된 연예인의 이름을 따기도 하고, 효능·효과를 강조하는 애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브랜드 '화이트 프로그램이펙터'는 광고 문구인 "피부 속 조명을 탁 켜 보세요"라는 멘트를 부각시켜 '조명 에센스'라는 애칭을 밀고 있다. SK-II 는 피부 톤을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는 '셀루미네이션 에센스'를 간단하게 줄여 '광채 에센스'라고 이름 붙였다.
◆덕팔이가 뭐냐고요?
외우기도 어려운 영문과 숫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전자 제품명의 경우에도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애칭이 필수적이다. DSLR카메라 '니콘 D80'은 '덕팔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D80'을 의인화 해 발음한 것인데, 비슷한 방식으로 캐논의 'EOS 20D'는 '스무디'라는 애칭을 얻었다. 또 캐논의 '5D Mark Ⅱ2'는 5D를 '오두'로 Mark를 '막'으로 바꿔 '오두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유사하게 캐논 '1D Mark II'는 '원두막'으로 불린다.
휴대전화 업계 역시 애칭과 판매량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휴대전화는 단말기 교체주기가 3~6개월 정도로 빠르게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강렬한 이름으로 기억에 남게 하는 것이 관건이 됐기 때문. 그래서 '연아의 햅틱''롤리팝''주름폰''코비폰''듀퐁폰' 등의 애칭을 양산해 내고 있다.
그 외에도 모양이 풍뎅이의 둥글고 토실토실한 모습과 닮아 '풍뎅이 마우스'라는 깜찍한 애칭이 붙은 플레오맥스의 'COC-300' 아크릴 마우스, '잠자리 면도기'로 소비자에게 알려진 필립스의 전자동 면도기 '드래곤플라이', 사용자가 카메라 앞 작은 LCD창을 이용해 셀프 사진을 간편하게 찍을 수 있는 기능이 거울을 보는 듯하다 해서 '미러 샷 카메라'라는 애칭이 더 유명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의 '블루 미러(ST550)' 등의 사례도 있다.
◆왜 애칭 마케팅인가?
애칭 마케팅은 1998년 삼립식품에서 선을 보였던 '국진이 빵''핑클 빵' 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애칭은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음료, 패션 등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알기 힘든 외국단어와 알파벳, 숫자 등으로 한껏 멋스러움(?)을 강조한 이름을 지어놓고도 굳이 촌티 풀풀 날리는 '애칭'을 또다시 만들어 내는 이유는 뭘까? 대구백화점 마케팅팀 관계자는 "스타의 이름을 애칭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스타의 이미지를 닮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라며 "이런 스타를 내세운 '애칭' 마케팅은 화장품 업계를 시작으로 '김남주 백'(체사레 파조티), 담비 진(손담비가 모델로 활동한 빈폴 청바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이름이 애칭으로 사용되는 것은 제품이 사회적 지위나 자아 개념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진데다, 기업들 역시 스타의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이들의 이름을 제품 애칭으로 활용하길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팔이''오두막' 등의 짧고 정감 있는 애칭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제품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정감있는 이름으로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단순한 카메라가 아닌 '친구'의 의미로 각인되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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