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사회사상사/노중국 지음/지식산업사 펴냄
백제의 사회상과 사상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저서 '백제사회사상사'가 출간됐다. 지금까지 문헌사료의 한계로 백제에 대한 연구는 신라나 고구려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다.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정치사와 외교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연구서는 근래 백제 문화 발굴 성과와 지은이의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백제 사회를 깊이 있고 풍성하게 들여다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지은이는 '칠지도'의 길이가 75㎝인 점에 착안해 당내의 기준척(尺)을 추론한다. 칠지도는 태화 4년(369년)에 백제의 왕세자가 왜왕 지(旨)에게 준 선물이다. 백제 왕실에서 특별히 제작한 것인 만큼 척도가 정확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백제의 도량을 이야기할 때 초기 백제가 지리적으로 접촉하기 쉬웠던 중국 군현의 도량형을 기준으로 보았다. 실제로 초기 백제는 중국 군현의 도량형을 받아들여 23㎝의 후한척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초고왕 때 만들어진 칠지도를 후한척인 23㎝로 계산할 경우 칼의 손잡이 부분과 칼 몸의 길이가 정수(整數)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1자를 25㎝로 하는 동진척을 적용하면 칼의 길이는 3자로 딱 맞아떨어진다. 지은이는 이를 근거로 한성 도읍기에는 25㎝를 1자로 하는 동진척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실제로 근초고왕은 372년 동진으로부터 작호를 받는 등 동진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긴밀한 교류 관계를 가졌다.
이 책은 내용에 따라 5편으로 구성돼 있다. '읍락과 공동체' '성씨 집단과 가문 문제' '사회질서의 확립과 사회 안전망' '사상과 종교' '제의와 신앙'이 각 편의 주제들이다. 1편에서는 당시 백제인들의 삶의 토대인 읍락이 재편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2편에서는 성씨와 골족의 종류와 기능, 왕실과 귀족 가문의 격을 정리하고 있다. 3편에서는 인구의 변화와 호구에 대한 분석, 도량형, 진대제, 의료제도와 의료활동 등을 정리했다. 4편에서는 토착신앙이 국가체제 형성과 함께 어떻게 변해갔는지, 유학과 도가사상, 불교의 유입 등을 설명한다. 5편에서는 백제국 성립기, 한성 도읍기, 웅진 도읍기, 사비 도읍기를 거치면서 변하는 제의 체계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584쪽, 2만8천원.
조두진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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