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래 한 곡 때문에 두 쪽으로 갈려서야

어제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행사를 주관한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추모곡에서 제외한 게 드러난 이유다. 국가보훈처와 별도로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인근의 옛 5'18 묘역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5월 미래를 비추는 빛'을 주제로 한 5'18 30주년 기념식이 화해와 용서 대신 불화와 갈등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기념식의 파행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행사에서 배제한 게 발단이지만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라고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빠지지 않았던 노래다. 누가 처음 불렀는지 노랫말이 과연 시대와 맞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상징하는 노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이견조차 조정하고 타협하지 못한 정부의 미숙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5'18 관련 단체들의 책임도 있다. 5'18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은 화해와 관용에 기초한 성숙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 서서 작은 차이를 넘어 대승적 타협을 이루자"고도 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노래 한 곡 부르느냐 안 부르느냐를 두고 분위기를 망친 책임은 정부와 시민단체,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 정도의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너무나 취약하다. 화해와 용서는 말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소통과 화해, 타협과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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