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소통

2년 전 광우병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 때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사과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정권의 운명까지도 바꿀 뻔했던 광우병 사태의 발단이 국민과의 소통 부재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국어사전에 소통은 1.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기술은 세계 구석구석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보게 하고 웬만한 정보는 필요한 즉시 손안에서 바로 얻을 수 있으며 전 세계의 누구라도 주소와 번호를 매개로 얼굴을 맞대고 화상대화가 가능한 놀라운 세상을 만들었다. 모든 대화는 즉시 기록되고 언제든지 재생 가능하며 엄청난 양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데 정작 소통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은 왜 점점 더해만 가는가?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고 난리며 하나의 사실을 두고도 180도 다른 해석을 하고 무릎을 맞대고 나눈 대화도 돌아서면 서로 다르게 말한다.

오래 전 현대그룹의 조직 문화를 진단한 서울대 노사관계연구소는 단기간에 중후장대(重厚長大)사업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현대그룹의 성장 이면에는 조직 내 상하 간 소통의 원활성이 존재하였음을 보고한 적이 있다. 즉 암묵지(暗默知)로 조직 개개인에게 체득된 경험의 공유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말귀 밝은 사람들의 상하 간 원활한 소통이 창업자의 도전정신과 현장중심 경영이 중시된 현대그룹의 특성에 잘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가정이 화목하고 공동체의 갈등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들 공동체 안에는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걸까?

그것은 '들어줌'의 부족과 '말하기'의 넘침에서 기인한다. 설령 듣더라도 나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듣고, 말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대화중에 상대방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내 할 이야기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상대방 말허리를 자를 틈만 노린다. 상대방에게는 내 속내를 숨기고 에둘러 이야기한다. 대화가 끝났을 때 내 이야기는 완벽하게 전달되었다고 착각하고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는 적당히 왜곡해버린다. 수없이 만나고 대화하지만 돌아서면 다른 이야기를 한다. 첨단의 소통 도구들이 즐비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온데간데없고 급기야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감정의 촛불을 들게 된다.

사회가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 계층 간 등 이해관계에 따라 극도로 분화되고 있고 거기에 걸맞게 다양한 요구와 주장들이 분출되고 있다. 소통부재의 시대를 예견하고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 때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로 만들어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 더하라는 깊은 섭리를 우리들 몸에 숨겨 놓은 것은 아닐까?

최동욱 ㈜대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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