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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마다 '파격 마케팅' 확대…분양가 할인은 "글쎄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가 14일부터 시작됐다. 일부 업체들은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가 14일부터 시작됐다. 일부 업체들은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내년 4월 말까지)가 14일부터 시행됐다. 정부가 미분양 물량 증가로 부도 위기에 내몰린 중견 건설사를 돕고 얼어붙은 주택거래 시장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서 단행된 조치다.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수준이 10% 이하일 경우 양도세 60%를, 10~20%일 경우 80%의 양도세를 감면받는다. 분양가 할인율이 20%를 넘을 경우 양도세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업체들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 분양가를 추가 조정하거나 다양한 판촉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기존 입주자의 반발을 우려해 추가 할인이 어려울 뿐더러 세제혜택만으로는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 제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방유쉘은 지난달 분양조건을 변경했다. 기존에 시행했던 분양가 직접 할인(15%)과 함께 잔금 유예와 입주 후 시세차액 보장제를 도입했다. 이 단지의 분양대행을 맡고 있는 ㈜다임 김동련 대표는 "아파트 값을 깎은 것은 물론 입주 후 집값이 떨어지면 시세 차액을 보상하는 조건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달서구 상인동 KCC스위첸은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미분양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 단지는 잔여 물량 소진을 위해 분양가를 12%(6천만~1억300만원) 낮춰 판매하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월드메르디앙 웨스턴카운티의 경우 165㎡, 197㎡형 계약자에 대해 선착순으로 고가 외제승용차인 BMW7을 제공하고 있다. 계약자가 승용차를 원하지 않을 경우 층별 차등 할인판매를 한다. 이 단지의 분양업체인 ㈜S&J모기지 관계자는 "지역신문에 광고가 나간 뒤 이틀 동안 문의전화가 200여건에 이르고 3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가 1천100만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최고 700만원대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달서구 본리동 K파크는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고작 4가구만 입주를 마쳐 대구의 대표적인 미분양 유령 아파트란 오명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 분양을 맡은 ㈜HOP홀딩스가 잔금 50%를 9년간 납부 유예하는 방법을 동원해 현재 68가구를 입주시켰다. 최근엔 입주민에게 1년 동안 무료로 피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쿠폰을 지급했다.

◆분양가 할인 확산은 어려울 듯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 폭에 따라 양도세 차등 감면 혜택을 도입했다. 하지만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분양가 할인을 크게 확산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계약자(입주민)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가 할인에 나섰던 상당수 단지에서는 기존 계악자들의 집단반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민원' 때문에 분양가 할인보다 분양가를 미리 내면 금융비용 명목으로 분양가를 깎아주는 '선납할인' '무이자 대출 지원' 등의 간접 할인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존 계약자가 적은 단지의 경우 계약자와 사전협의를 거쳐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이 이뤄질 수 있으나 미분양 물량이 적은 단지의 경우 분양가 할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성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추가 할인은 어렵다. 간접적인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도 기존 계약자들과 오랜 시간과 부분적 보상을 통해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미분양의 대부분이 중대형 평형이어서 설사 가격을 더 낮춘다고 해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미분양을 안고 가야한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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