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칼럼] 여름의 불청객 열중증

높은 기온'습한 환경에서 심한 운동으로 발생…수분과 염분 충분히 보충해야

얼마 전 마라톤 대회에 의료지원을 나갔을 때였다. 젊은 여성이 10㎞를 완주하고 쓰러져 의료지원센터로 실려왔다. 의식은 있었고 땀을 많이 흘리면서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다. 혈압은 떨어져 있었으며 맥박은 약했다. 일사병이 의심돼 수분 섭취와 체온 조절 등 응급처치를 하자 증상이 호전됐다.

올해는 갑자기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온 듯하다. 이런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는 우리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마라톤 등 행사가 많아 더위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을 것 같다. 더위와 함께 일어나는 열중증은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발병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대처방법과 예방책을 알아둬야 한다.

열중증이란 높은 기온과 습한 환경에서 심한 운동이나 작업을 장시간 계속할 때 발생하는 경련, 어지러움과 오심, 두통 등에서부터 의식장해까지 다양한 신체 장해를 총칭한다. 열실신, 열피로(일사병), 열경련, 열사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열피로란 강한 태양에 장시간 노출됨으로써 체액과 전해질이 땀으로 과다하게 소실돼 발생한다. 갑자기 두통,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지는 경우인데 맥박이 약하고 호흡은 빨라지며 피부가 차갑고 축축해지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심하면 감각상실과 정신착란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됨으로써 체온 조절 기능이 파괴돼 조직 장해가 생겨 나타난다. 체온이 41℃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피부는 뜨겁고 건조해지며 갑자기 대뇌허혈증상으로 인해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급기야는 혼수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열중증을 예방하려면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더운 환경에서 운동이나 작업을 하려면 사전에 수분과 염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좋다. 물에 소금을 타서 약간 간간한 맛이 나도록 마시거나 이온음료, 스포츠음료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모자를 쓰고 목 뒷부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가리는 것이 좋다. 특히 심장질환, 당뇨병, 고령자, 비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 등은 낮 12시~오후 2시 사이에 과도한 신체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열중증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고 서늘한 장소로 옮긴다. 똑바로 눕힌 상태에서 다리를 올려준 후 경부와 옆구리 서혜부의 열을 얼음이나 아이스팩으로 식힌다. 의식이 있다면 수분을 공급해주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다. 열중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식사와 수면을 충분히 하고 과로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한편 수분 공급을 늘려야 한다.

서준원 (재)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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