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하순 수도사단은 안동사범학교에 지휘소를 두고 8사단을 지원하면서 안동 일원을 집중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수도사단장은 돌격 일변도인 일본군 대좌(대령) 출신 김석원(金錫源) 장군. 그는 최일선에 우뚝 서서 "내 사전에 후퇴란 없다"고 고함치는 다혈질의 장군이기도 했다.
그러나 탄약 보급과 병력 증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전하고 있던 중이었다. 게다가 전선의 상황을 외면한 채 제때 보급도 안 해주고 잇따라 후퇴 명령만 내리는 상부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그러던 중 제1군단 부군단장 김백일 준장이 전선 시찰을 나왔다. 계급은 같은 준장이지만 부군단장이라면 사단장보다 한 단계 높은 보직이다. 하지만 군 경력이나 나이로 봐 새까만 차이가 났다.
이미 50줄에 들어선 김석원 장군은 30대 초반의 김백일 장군을 평소 어린아이 취급했다. 그뿐 아니라 둘은 38선의 남북 간 물물교환 당시 독직으로 번진 북어 사건의 처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구원(舊怨)관계도 얽혀 있었다. 그런 김백일 장군과 맞닥뜨린 순간 김석원 장군은 명색이 부군단장에 대한 예의도 무시한 채 "이놈아! 탄약과 병력도 안 주고 어떻게 싸우란 말이야.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며 권총을 빼들고 버럭 고함부터 질렀다고 했다.
참모들 앞에서 느닷없이 지휘체계상 명령권자의 권위에 도전을 받은 김백일 장군도 흥분한 나머지 "뭐야! 난 부군단장이다"하고 동시에 권총을 빼들었다. 일촉즉발의 살벌한 분위기에서 부사단장 김응조 대령이 가운데로 뛰어들어 제지했고 참모들이 두 장군의 권총을 빼앗아 무마했으나 급박한 상황에서 두 지휘관이 감정적인 적전 분란을 일으킨 것은 문책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다.
이용우(언론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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