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착한 상상

박월수
박월수

미니플라네타륨이라고 불리는 별자리 조명이 있다. 천상의(天象儀)를 작은 원통형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가끔 고요의 바다가 그리워지면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만의 우주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우주인과 교신하듯 답장이 오지도 않을 문자를 보내고 어린왕자의 별을 기웃거린다. 어느 날은 더글라스 애덤스의 소설에서처럼 은하에서 길을 잃고 성공 확률이 10억분의 1이라는 히치하이킹을 하는 상상도 한다.

일본이 태양광 우주범선 이카로스호를 쏘아 올렸다.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명을 어기고 태양에 다가가는 바람에 새의 깃털을 이어 붙인 밀랍이 녹아내려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 6개월에 걸쳐 금성까지 가게 될 이카로스호가 성공적으로 운항을 마치게 되면 앞으로 행성 간의 이동 거리는 훨씬 더 짧아지게 될 것이다.

1998년 말에 시작돼 전 세계 16개국이 참여한 국제 우주정거장(ISS)도 올해가 완공 목표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우주인 이소연씨가 머물기도 했던 이곳에서는 우주인들이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이곳은 무중력 상태나 다름없어서 미래의 양로원으로는 더 없이 좋다고 한다. 움직일 때 근력 소모가 적고 모든 공기 및 환경이 엄격히 통제되므로 호흡, 식사 등의 조건이 오염 물질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금 최초의 자력 인공위성 나로호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에서 10번째다. 또한 우리는 달에 통신위성을 착륙시킬 엔진을 준비하고 있다. 출발이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주는 누구나 꿈꾸는 자의 것이고 상상은 과학을 앞당긴다.

머잖아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우주인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주를 탐험하는 목적은 인류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우주 침범이 아니다. 만화가 김민씨가 쓴 '이상한 외계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자신들이 살던 행성이 파괴될 지경에 이르자 지구가 자신들보다 10만 년쯤 뒤떨어진 문명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고 공격해 들어온다. 드디어 비행접시가 출현하고 지구인들은 미사일과 전투기로 맞선다. 돌격했던 외계인들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멍청한 지구놈들! 병 하나 제대로 못 고치면서 사람 죽이는 기술은 우리보다 100만 년은 앞섰군!" 외계인이 손에 든 무기는 돌도끼와 화살, 창 따위였다.

과학은 인류의 꿈을 위해 필요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쪽으로 발달돼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닐까!

박월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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