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아이들과 잘 부르는 노래가 있다. 양희창 선생님이 작사하신 간디학교의 교가인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다. 처음 시작이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내"이다. 꿈을 꾸지 않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요즘 더욱 와 닿는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꿈을 꾸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라는 걸 알기 전까진 그 꿈을 꾸면서 행복해했었다. 그 행복한 기억들이 우리 미래를 다양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그 중에 자유롭게 노는 시간은 계속 줄어든다. 노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 본인의 생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부모의 생각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것과 더불어 꿈도 아이가 꾸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정해준다. 어른이 못다 한 꿈을 아이에게 대신 꾸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자기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방과 후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야구 선구, 축구 선수, 종합 예술인, 바둑 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사람 등 다양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다. 물론 해마다 변하기도 하고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꼭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나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방송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여러 아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특목고 가는 것이 꿈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엄마가 거기 가라고 해서 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대학 가는 것이 꿈인 아이들도 있었고, 공무원이 꿈인 아이도 있었다. 왜 더 크게 더 넓게 꾸지 못하는 것일까? 왜 부모의 꿈을 대신 꾸는 걸까? 더욱 현실적이어서일까? 이렇게 자신의 꿈을 꿀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선택의 기회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본인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 또한 지지 않는다. 요즘 들어 외면하고 회피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꿈꾸지 않으면'의 마지막 소절은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우리 어른들이 가르쳐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그 희망은 아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대신 찾아준 희망은 남의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 희망을 목표로 성장하는 아이들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김병현(공동육아 방과 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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