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는 고2가 되면서부터 부모님과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밤새 노래 연습을 하고 밤중에 아버지 차를 몰래 타고 나가는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부모님이 행동을 자제시키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욕설을 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대들고 친구들이 거슬린다고 주먹다짐이 잦아졌다. 어머니는 아들이 매우 똑똑하지만 단지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는 것으로 여길 뿐이었다. 결국 아들이 친구들과 말다툼 끝에 뭇매를 맞고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자, 정신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였다. 정우는 스스로 감정조절을 할 수 없는 양극성 장애(조울병), 조증 상태였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정우에게 남은 심리적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니엘 스틸이 쓴 소설 '빛나는 나날'은 자신의 아들 닉의 조울병 투병기에 대한 이야기다. 생후 7개월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로 말을 시작하여, '천재가 아닐까' 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아들이 19살에 자살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아들은 잠을 너무 적게 자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말썽을 일으켰지만, 건강하게 잘 자랐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아이였다. 닉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곧장 행동으로 옮겼고, 집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닉은 학교에서 입을 험하게 놀리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교사들을 몹시 불쾌하게 하였다. 학교에서 어머니를 찾는 전화가 나날이 늘어갔고 다른 아이들과 너무 다르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아들이 그토록 심각한 문제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점차 닉은 충동 조절능력 부족으로 위험천만한 일을 자주 일으키고, 지나치게 반항적이고, 핏빛 그림만 그려댔다. 결국 학교 퇴학까지 맞고, 세 번의 자살 기도도 있었다. 조울증이었는 데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닉은 결국 꽃다운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소설 후기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좀 더 일찍 조울병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병임을 말해줬더라면 하고 말이다.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가 남들과 좀 다르다고 말을 하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고, 선생님이 자기 아이만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면, 인격 모독으로 간주하고 앙심을 품는 부모도 있다. 만약 암에 걸린 것이었다면, 병을 부인하고 숨겼을까.
조울병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는 공존할 가능성이 57~98%에 이른다. 닉은 조울병이 발병하기 전부터 ADHD였으나 적절한 평가나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울병의 약 69%는 품행장애로 진단되며, 품행장애 또한 ADHD와 무관하지 않다.
사춘기적 방황과 정신질환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사춘기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힘든 시간 동안 남은 상처는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황색 눈물'을 흘리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따뜻하고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마음과마음 정신과 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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