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고지대에서의 육상 경기

고지대에 오르면 숨이 차고 산소부족을 느끼기 때문에 육상선수들이 경기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지대에서 육상경기가 실시되면 모든 종목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단거리, 도약, 투척 등과 같은 종목은 오히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1968년 해발 2,290m의 고지대에서 열린 멕시코 올림픽 100m에서 미국의 짐 하인스는 9초95를 기록, 처음으로 9초대에 진입했으며 높이뛰기에서 미국의 딕 포스베리는 올림픽신기록을 6cm 높여 놓았다. 멀리뛰기에서는 미국의 밥 비몬이 한꺼번에 56cm를 경신하는 경이적인 세계신기록(8.90m)을 수립했다. 리 에반스는 400m에서 약 1초를 앞당기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에반스의 기록은 이후 20년간이나 깨지지 않았다.

고지대의 저기압에 의한 환경상태는 비교적 지속시간이 짧고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의 발휘를 요구하는 종목에서는 공기저항이 감소하면서 경기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지구 중력이 낮아지고 공기밀도가 낮기 때문에 중력 극복과 관련된 도약과 투척종목은 더욱 유리해진다.

그러나 고지대의 저기압 환경은 산소운반과 이용능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육상종목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한다. 고지대환경이 인간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최초의 보고서는 기원전 326년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인도 원정 때 고산지대를 지나면서 추운 기상을 비롯한 이상 징후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저기압에 의한 영향이 보다 중요하게 제안된 것은 1644년 토리첼리가 수은기압계를 고안하고, 1648년 파스칼이 높은 고도에서 기압계의 압력감소를 증명하면서부터다. 고지대와 스포츠의 관련성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역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이다.

인간의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고지대라는 용어를 적용하는 높이는 일반적으로 1,500m부터로 볼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 이보다 낮은 높이에서도 다소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고지대가 인간의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은 기압의 감소이다. 즉 기압감소에 의해 대기의 산소분압이 낮아져 산소가 신체내부로 이동하는 능력을 방해함으로써 산소부족을 느끼게 된다. 고지대에서 운동을 수행하는 경우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더욱 많은 공기를 흡입하려고 뇌의 호흡중추가 활성화되어 호흡도 더욱 가빠진다. 습도도 낮아져 혈액에 함유된 수분이 쉽게 증발하면서 혈액량이 줄어들어 심장에서 한 번에 내보낼 수 있는 혈액 박출량도 감소한다. 부족한 심장 박출량을 보상하기 위해 심박수는 증가한다. 근육은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부족해 피로물질인 젖산을 더욱 많이 축적하게 된다. 고지대에서 평지와 동일한 강도로 운동을 하는 경우 심장도 자주 뛰어 피곤하지만, 근육도 쉽게 피로해지면서 더욱 힘들게 되는 것이다. 산소운반능력을 저하시키는 고지대의 환경적인 제약은 마라톤을 비롯한 중·장거리 육상선수의 중요한 체력요인에 해당하는 심폐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1년 8월 27일~9월 4일·대구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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