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OO빌딩 입주하면 꼭 패배…' 선거 징크스 이번에도?

내리막길 선거사무소 지지도 떨어져 필패? 여론조사 하면 앞서다 뚜껑열면

불길한 일에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 징크스(jinx). 선거판에도 징크스가 있다. 으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승부에서 지거나, 선거전만 되면 공천 잡음이 일고, 급기야 선거 후 재·보궐선거로 몸살을 앓는 등 피해갈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펼쳐진다. 유권자들은"이번엔 징크스가 깨질까"예의주시하고 후보들은"이번만큼은 징크스를 피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치판에는'내리막길 선거사무소'징크스가 있다.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기 전 후보들은 목이 좋은 곳으로 유동인구가 많되 오르막이나 평지인 곳을 찾느라 애를 먹는다. 내리막길에 사무소를 내면 지지도가 떨어져'필패(必敗)한다'는 징크스가 입소문을 탄 것이다. 구석진 곳을 피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대구 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가 이번에'내리막길 사무소'를 내면서 애를 먹고 있단다.

○…경산에는 '00빌딩의 징크스'가 있다. 6년 전 총선거에서 여야 두 정당 후보가 맞붙었는데 A후보의 선거 사무소가 이 빌딩에 있었다. 이 정당은 대구 중·남구와 대구 동갑에 후보를 내고 선전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후보는 상대당 B후보에게 3만8천여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09년 경북도 교육감 보궐 선거에 나서며 이 빌딩을 선거사무소로 썼던 C후보가 D후보에게 패했다.

두 번 되풀이된 징크스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6.2 지방선거에 출마한 E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이 빌딩에 입주했다. 그가 이런 징크스를 깰 수 있을 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가장 꺼리는 곳이 경주란다. 경주 징크스는'여론조사의 무덤'이다. 시민들은 신문·방송에서나 후보자가 밝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 믿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가 김일윤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이변이었다. 각 언론사의 사전 여론조사나 선거 당일 방송사 출구조사에서조차 정 후보는 한번도 지지 않았는데 투표함 뚜껑을 여니 반대 결과가 나왔다. 2009년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친박근혜를 내세운 정수성 무소속 후보가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여론조사에서는 정종복 후보가 크게 앞선 것으로 늘 보도됐다.

무덤은 한군데 더 있다. 문경시도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 전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경우 본선에서 낙선하는 사례가 많았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신현국 한나라당 후보가 앞선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박인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신영국 전 국회의원과 신국환 전 국회의원이 맞붙은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3선 의원인 문경 신영국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예천 신국환 후보보다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앞섰다가 신국환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9단을 이길 수 있을까?'경북 울진군에서 3선에 도전하는 김용수 한나라당 군수 후보는'선거 9단'이라 불린다. 20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다. 김 후보는 경북도의회 4대 의원으로 정치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5·6대 의원으로 3선까지 했다가 2002년 울진군수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후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종심(從心·70세·마음대로 행동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의 나이에 3선에 도전했다. 그래서인지 울진군수 선거는 김 후보와 임광원 무소속 후보가 서로 고소·고발하면서 흙탕 싸움이다.

○…3선인 이인기 의원의 지역구는'공천 잡음 지대'로 불리는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내정 경선, 금품수수설 등 선거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잡음이 올해도 재연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 의원은'투명공천'을 내세우며 고령·성주 기초단체장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하기로 했지만 이 의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정설에다 상대 후보의 금품 살포설이 불거져 시끄러웠다. 이번에는 여론조사에서 뒤진 후보가 모 지역에서 공천 확정됐고 그 과정에서'각서설'이 불거져 들썩거렸다. 민심의 향배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돈 선거 망령'은 과연 하늘로 떠났을까. 영천시와 청도군을 두고 나온 말이다. 청도군은 2007년 군수 재선거에서 돈이 뿌려져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52명이 구속되고 1천418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탁도'(濁道)로 변질해 전국적 입방아에 올랐다. 금품 징크스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청도(淸道)로의 회귀'를 염원했으나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청도군선관위가 유권자에게 현금을 돌린 혐의로 청도군의원 후보의 친척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천시는 다르다. 역대 민선시장 3명이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해 '부패 도시'의 오명을 썼고, 2007년 시장 재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의 금품수수 등으로 선거운동원 등 20여명이 구속되고 100여명이 입건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직 불쾌한 소식이 없다. 시민들은 "망령이 떠났다"고 염원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관계자들은'구멍의 저주'를 말했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의 역대 선거에서 단 한번도 한나라당 후보로 전 지역을 메운 적이 없다는 것. 울진 신정, 울릉 정윤열, 김천 박팔용, 문경 박인원, 군위 박영언 등 비한나라당 후보들이 한번씩 "구멍(?)을 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친박을 표방한 무소속 후보들과 공천에서 탈락한 현직 단체장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구멍이 또 뚫릴 조짐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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