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그램 폐지 후 수십년 밀린 '숙제' 해치웠죠

이름도 특이한 허참에게 2행시를 부탁하자 기다렸다는 듯 딱 좋은 게 있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붙여준 2행시인데 너무 좋아서 자주 써먹는다고 했다. '허-허한 세상, 참-참되게 살자.' 요즘 세태에 딱 와 닿는 얘기다. 이를 실천하려는 듯 어떤 질문에도 꾸밈없이 편하게 답을 줬다.

▶초·중·고는 어디를 나왔으며 대학 전공은.

"어이~. 그런 거 묻지 마소. 부산 어디어디 나왔다고 하면 각종 동창회, 고희연, 결혼식 등 사회 부탁이 줄을 잇기 때문에 웬만해선 안 알려줍니다. 부탁합니다. 그냥 부산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걸로 해 주시고, 대학 전공은 엉뚱하게도 토목입니다. 이후 중앙대에서 국제경영대학원을 수료했고요."

▶가족오락관 폐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차라리 '가족오락관은 남고 장기집권한 MC인 허참은 바뀌고' 이게 낫죠.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볼 프로그램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폐지 이후 마음이 별로 좋지는 못해요. 방송의 지나친 상업주의 논리도 잘 이해되지 않고요. 어쨌든 덕분에 26년 동안 해보지 못했던 해외여행, 혼자만의 여유를 한껏 즐겼어요."

▶가족오락관이 폐지됐을 때 부인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고 들었는데.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누가 뭐래도 당신 고생했어요. 이제 좀 쉬세요'."(이 대목에서 기자는 사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작년에 받은 문자메시지를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다.)

▶꿈은 제2의 이경규 맞는가.

"어디서 또 그런 얘기를 주워듣고 와 가지고. 원래 꿈이 연기자라 아직도 배우에 대한 열정이 있고, 독립영화는 저예산 영화 수준에서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맘이 있습니다. 늦둥이지만 개그맨 이경규씨처럼 제가 주연하고 연출·제작까지 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몇 년 뒤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모아둔 돈은 있습니까? 몇십억원 정도?

"와 이라노? 다 썼어. 재산이 뭐 있겠노." 사투리를 쓰며 그는 짓궂은 질문은 그만하라는 사인을 줬다. "집이나 있는 정도죠. 제대로 된 영화에 투자할 돈은 어림도 없어요."

▶MC로서 얼마나 더 활동이 가능한가.

"힘 닿는 데까지 하는 거죠. 아직 젊은이들을 따라가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기고 어울리니까 제 자신이 더 젊어져요."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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