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가 내린 '초기 단계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 판결이 가톨릭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 천주교는 헌재 판결에 대해 즉각 반대성명을 냈고, 학술대회 등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수정란과 수정 후 14일간의 초기 배아는 인간 생명이 아니다'고 했다. 비록 인공수정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배아를 하나의 세포군으로 규정한 것이다.
천주교회는 생명권이 어떤 실정법의 권리보다 우선되는 자연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 생명은 존재론적 질서의 최상위에 있어 모든 가치질서 중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인간의 발달 단계를 분리해서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은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인간은 수정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동일한 생명권을 가진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생명윤리법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이 배아 '세포군'이라고 정의한 용어 자체를 '생명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아의 세포군 정의는 배아를 하나의 도구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또 배아의 '보존', '폐기' 등의 용어도 배아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것으로 '보호', '사후 조치' 등의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명윤리법이 잔여배아를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한 점도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잔여배아도 만들지 말아야 하며 생성돼 살아있는 배아는 자연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가톨릭의대에서 열린 한국생명윤리학회 주최 '초기 인간생명'과 관련 학술대회에서도 헌재 판결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가톨릭계, 학계 등 참석 전문가들은 "인간배아의 성격과 지위는 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잔여배아는 어차피 버려질 것이므로 이를 이용해 난치병 연구를 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시각은 어차피 죽을 운명에 있는 생명을 실험도구로 사용해도 좋다는 의미로 이것이 윤리 기준이 된다면 불치병에 걸려 죽을 운명에 있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도 좋다는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헌재 판결을 꼬집었다. 또 "부모 또는 의사의 선택에 따라 어떤 생명은 버려지고, 어떤 생명은 태어난다는 것은 초기 인간 생명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라고도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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