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골굴사, 대승사, 직지사 등 도내 10개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은 2만3천850명으로 2008년의 1만7천317명보다 37.7%인 6천533명이 증가했다. 외국인은 2천406명으로 전체의 10.1%를 차지했다. 템플스테이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선영(40'여'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2008년 6월 우연히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후 템플스테이 마니아가 됐다. "직장에서 템플스테이를 신청할 기회가 생겨 부모님과 두 아들 포함해서 5명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처음 해 본 템플스테이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산사의 조용함과 편안함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큰애가 적응을 잘했습니다."
안씨는 다시 템플스테이에 보내 달라는 큰아들(12)의 성화에 못이겨 그해 여름부터 매년 여름'겨울방학 때 큰아들을 템플스테이에 보냈다. 올해는 큰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둘째(9) 아들을 함께 보낼 계획이다. 형제의 템플스테이 일정은 7월 23~25일 동화사 여름수련회에 이어 8월 11~13일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로 이어진다.
안씨도 지난해 다시 두 아들을 데리고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두 번째 템플스테이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별빛명상이었습니다. 통일약사대불 아래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데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졌습니다.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에 매료됐습니다. 다녀온 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주완(고3)'김민지(여'고1) 남매도 템플스테이를 다녀 온 뒤 예찬론자가 된 경우다. 템플스테이를 먼저 다녀온 것은 민지양이다. "지난 1월 어머니와 함께 동화사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는데 바쁜 일이 생겨 어머니는 못 가고 혼자 참가하게 됐습니다. 갈 때는 조금 걱정이 됐는데 막상 가보니 모든 게 좋았습니다. 이색적인 경험이었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민지양은 오빠를 설득해서 한 달 뒤 다시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고3 생활을 앞두고 기분 전환차 떠난 주완군도 템플스테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주완군은 공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집에서 108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어머니 박정숙(44'대구 동구 신서동)씨는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 아이들이 겸손해지고 배려심이 많아지는 등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졌다"며 "성장기 아이들에게 템플스테이를 꼭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구미공장에 근무하는 김영산(40'구미시 봉곡동)씨는 지난 4월 회사가 평생교육 차원에서 마련한 직지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뒤 불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템플스테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기회가 없어 해보지 못했습니다. 1박2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발우공양을 하면서 쌀 한톨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3보1배를 통해 인내를 배웠습니다.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가 있고 나 자신이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다가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도 깨쳤습니다. 평소 불교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내적 충만이 가득한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뒤 불교를 믿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김씨는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뒤 생활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 말조심도 하게 됐다는 것. "수행기간 묵언을 하면서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내뱉은 말이 화를 부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말을 덜할수록 다른 사람의 말은 더 잘 들리고 그 사람의 입장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비록 회사 행사를 통해 첫 경험을 했지만 앞으로는 자발적으로 템플스테이를 더 즐기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갈 겁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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