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평생을 두고 후회하지 않을 경험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것이라고. 서 말의 피를 흘려야 낳을 수 있다는 아이, 목숨을 주고 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아이가 내게 왔을 때 우주를 통째로 안은 기분이었다. 내 속에서 여문 아이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 축복의 의미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거울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작은 아이가 내가 웃을 땐 따라 웃고 내 마음이 슬플 땐 저도 슬퍼 보였다. 부부만 살던 울타리에서 지금껏 무슨 즐거움으로 살았는지 의문이 들만큼 아이는 삶의 기쁨이며 이유가 되어주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우애를 알아가는 동안 나는 내 어머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거리에 나서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마주치는 건 흔한 일이다. 그에 비해 언제부턴가 배부른 임산부와 맞닥뜨리는 건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지금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노령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넘치는 청년실업과 자꾸만 높아지는 결혼 연령은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 문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육아와 교육비 부담만 해결된다면 자녀는 많을수록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 모두가 잘사는 넉넉한 정책이 이루어진다면 다자녀 가정은 넘쳐날 수 있을 것다.
하지만 해마다 중산층의 비율이 줄어드는 현 상황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각 지자체의 출산 장려금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아이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후배가 있다. 결혼 십 년이 지났지만 여태 아이가 없다. 직장을 쉬어가며 아이를 갖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 보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용도 만만찮게 들었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후배는 둘만이 사는 집이 너무 적적해 퇴근해 집에 들어가는 일이 무덤 속 같다고 느낀다.
불임 부부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들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섰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 여기는 황금독신여성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낳기 원하는 가정에 좀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 지구촌이 저출산,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이는 곧 미래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저하를 의미한다. 낡은 비행기로는 멀리 갈 수 없으며 헌 털실로는 새 옷을 짤 수 없다.
박월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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