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 영포회 라인 혹은 게이트

스포츠의 세계에서 월드컵 축구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벤트가 우리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흥미진진했던 월드컵 축구와 달리 철저하게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로서는 공개적인 단체 응원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차분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그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의 외연(外延)이라고 지목되는 '영포목우회'를 두고 전개되는 정치공방을 일컫는 말이다. 영포목우회(이하 영포회)는 영일에서 '영'자와 포항에서 '포'자를 따고 목민관에서 '목'자와 벗을 의미하는 '우'자를 더해서 명명되었다 한다.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의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이다.

2010년 현재 12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의원이 고문이며 또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회원이라는 사실 등이 보태지면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 정치 공방의 발단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다. 1987년 이후 20여 년 동안의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이젠 완결되었다고 간주해온 우리의 민주주주에 대한 자부심이 부서지는 충격파를 던졌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납득하는 수단을 통해서 밝혀지는대로 처리하면 된다. 또 불법 행위의 진원지가 '영포회'라는 사조직이라면 그들이 국정을 향해서 내밀고 있는 촉수(觸手)를 잘라버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어느새 정치 공방의 발단이었던 민간인 사찰 문제는 뒷전으로 오간 데 없고, 여당과 야당의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를 매개로 해서 두 당사자 간의 정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야당은 불법 사찰의 핵심이 5공 시절의 '하나회' 같은 '영포회'라는 사조직의 권력을 활용한 국기문란행위라고 하면서 '영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조직 '영포회'가 정부 내 공조직을 대신했다는 '영포라인'으로 그칠지, 권력형 비리를 본질로 하는 '영포게이트'가 될 지는 더 많이 관찰해야만 알 듯하다. 어차피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정당간의 대립과 투쟁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공방의 결과를 보고 다음 선거에서 차갑게 투표로 행동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진실로 걱정스러운 것은 이 문제가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모색하고 있는 여권 내에서 전개되는 권력투쟁일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시작부터 친이-친박으로 찢어져 날 새는 줄 모르고 싸우더니 급기야 친이 세력마저 분열되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말고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정치에는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권력의 추구와 행사'라는 속성도 있지만, 양치는 목동(牧童)과 같이 '무리를 돌보는 예술'이라는 속성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자의 속성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는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고, 후자의 속성이 압도하고 있는 정치는 국민의 걱정을 덜어준다고 한다. 정치가 예술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윤순갑 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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