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시장상인들은 인근 아파트가 하루빨리 재개발돼 상권이 회복되길 빌었고 이제 겨우 상권 활성화의 꿈에 부풀었는데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웬 말입니까."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대동시장상인회 조영복(54) 회장은 '기업형 슈퍼마켓 진출저지 19일 집회' 때 삭발하고 상인을 대표해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1989년 문을 연 대동시장은 현재 99곳의 점포와 시장 내 노점 21곳 등 120여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전통시장. 특히 재개발을 통해 올 4월 입주를 시작한 698가구 규모의 상인동 푸르지오 아파트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하루 평균 600~700명의 고객들이 찾았던 시장은 더 많은 고객들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여기에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하나로 올 8월 19억원을 들인 아케이드 사업도 앞두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시장에서 불과 12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업형 슈퍼마켓인 GS마트가 본격적인 영업을 하게 된다면 전체 시장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 아닐 수 없죠."
조 회장에 따르면 대동시장에서 팔고 있는 농수산축산물 및 공산품 등은 현재 GS마트에서도 똑같이 진열해 팔고 있다는 것. 따라서 두 곳은 시설이나 가격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생활터전에 터진 직격탄이나 마찬가지죠. GS마트가 지난 5월 기존의 슈퍼마켓(마스타마트·562㎡)과 임대계약을 하고 편법영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과 기존 슈퍼마켓은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다면 대부분이 영세상인인 대동시장으로선 힘에 겨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쟁은 둘째 치더라도 규모와 운영 노하우, 현대적 시설 편의성 및 고객 동선 등에서 대동시장은 열세에 놓이게 된다. 시장상인들의 위기의식과 진출 저지의 결의가 여기에 있다.
"사실 기존 슈퍼마켓이 GS마트에 인수된 사실도 이달 7일 갑작스레 내부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됐죠. 건물 밖에 '공사 중'이라는 작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알아보니 운영주체가 바뀌어 있었던 거죠."
그간 대동시장상인회는 GS마트 개점 운영과 관련, 대구시와 중소기업청중앙회를 통해 조정을 신청했고 이에 대구시는 영업행위 중지를, 중기청은 사업조정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낸 바 있다. 조 회장은 "GS마트 측에서는 이런 권고안에 대해서도 '더 기다려 보자'는 식의 지연책만 내놓고 있다"고 했다.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에 대해 현재 국회에선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관련법안'이 계류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현대화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최소한 전통시장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상인들의 생존권은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조 회장은 대동시장 상인들이 중기청의 지원 아래 상인대학을 개설, 컴퓨터 교육과 고객 만족도 향상 같은 상인친절교육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오후.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대동시장 상인들은 더위도 잊은 채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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