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호령하는 '여자축구'…체계적 시스템으로 급성장

지소연 ·이현영 U-20 주축…29일밤 독일과 결승행 한판

2010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한국 여자축구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은 29일 오후 10시 30분 독일 보훔에서 개최지 독일과 결승 티켓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현재 위상과 달리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 종목이 되면서 만들어진 한국 여자축구는 20년 만에 세계를 호령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1990년대 창단 초창기 육상, 핸드볼, 하키 등의 선수들로 여자 축구팀을 꾸린 한국은 일본에 1대13으로 대패하는 등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인기가 폭발하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가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초교부터 대학까지 여자축구부가 많이 생겨나며 여자축구 붐이 일기 시작한 것. 대구 유일의 대학 여자축구부가 있는 영진전문대도 이를 계기로 2000년에 창단했다.

이후 2001년 여자축구연맹이 출범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중장기 발전 계획이 수립되면서 여자축구는 급성장했다. 2004년 U-20 여자대표팀은 U-19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3대0으로 꺾고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하며 한국 여자축구 사상 우승이라는 첫 타이틀과 함께 여자 U-20 월드컵 대회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골득실 1점 차로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실력을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이후 2008년엔 U-17 여자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고, 2009년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과 북한을 꺾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힘은 초교 때부터 선수 발굴 및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나왔다. 초교에서 일찍 축구를 접한 선수들이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성장하면서 U-20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U-20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지소연과 이현영은 2008년 U-17 여자월드컵에서도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U-20 여자대표팀 전 사령탑인 영진전문대 백종철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힘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한국 여성 특유의 강한 정신력과 목표 의식, 불굴의 의지 등이 결합되면서 발휘돼 짧은 시간에도 급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번 대회 4강에서 맞붙는 독일이 힘과 스피드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선수들도 기술과 경기력에서 뒤지지 않는 만큼 독일의 약점인 체력적인 부분을 잘 파고들면서 지금까지의 보여준 실력을 발휘한다면 4강을 넘어 우승까지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팀은 초교 18개, 중학교 17개, 고교 16개, 대학교 6개가 전부다. 대학의 경우 미국 800여 개, 일본 50여 개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백종철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정부의 지원과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없으면 언제든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여자 축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