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40℃를 웃도는 지열에 숨이 턱턱 막힌다. 차량이 지나갈 때는 열기가 바늘이 돼 온몸을 쑤신다.
달궈진 도로 위에서 작업해야 하는 일용직 도로 보수공사 인부들에겐 여름 작업이 어느 때보다 고역이다. 찜통더위도 고통스럽지만 차량에서 뿜어대는 열기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
"하루에 땀을 한 말은 더 흘릴 거야."
4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성내2동 주민센터 옆. 굉음을 내는 굴삭기가 쉴 새 없이 아스팔트를 긁어댔다. 그 옆에는 머리에 수건을 칭칭 두른 인부 두 명이 굴삭기에서 튄 아스팔트 조각을 삽과 빗자루로 부지런히 쓸어 담았다.
"덥다는 말을 하면 그 순간 마음이 흔들려. 그냥 평소 체력으로 버티는 거지 뭐."
양진모(59) 씨는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를 잇기 위해 도로 위로 나섰다. 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며 "뜨거운 지열 탓에 작업을 마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양 씨는 작업에 나서기 전 두 가지는 꼭 챙긴다. 사고를 대비한 안전모와 소금이 그것.
"물을 넉넉히 챙겨 오지만 정오가 되기 전에 바닥난단 말이야."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입에 털어 넣는다. 또 하루 한 번 이상 포도당을 섭취한다.
그러나 흘리는 땀 앞에선 이 모두가 속수무책이다. 양 씨는 "땀을 웬간히 흘려야지, 안 해본 사람은 몰라. 자네도 한 삽 떠 볼텨"라며 기자에게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성민(52) 씨는 "쿨링 재킷과 같은 냉방용품이 더위를 쫓는 데 좋다고들 하는데 그게 다 돈이야. 그저 바람이라도 한 번 불어주면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여름 도로 작업이 쓰러질 듯 고된 일이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다시 힘이 솟는다. 하루하루가 더 없이 소중한 이유다. 두 사람은 일당 6만 원에서 담뱃값과 저녁값을 뺀 나머지 돈(5만 원)을 꼬박꼬박 저금한다. 일용직 근로자 신분이다 보니 언제 일이 끊겨 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몸 성하고 일 있을 때 바짝 벌어야 애들 공부도 시키지." 이 씨는 "아침부터 날이 찌면 일하러 나가기가 무척 싫지만 일거리가 있고 일할 수 있는 몸뚱이를 가졌다는 데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삭막한 도로 위지만 우리에겐 가족의 소중한 터전이야." 검게 그을린 양 씨와 이 씨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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