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가뭄·폭염 2중苦…태풍도 반가울 판

안동댐 8월 저수율 최저, 울진 16년만에 제한급수

안동댐 저수율이 계속된 가뭄으로 25%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강바닥이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안동댐 저수율이 계속된 가뭄으로 25%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강바닥이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많은 비를 뿌려줄 태풍을 오히려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경북지역이 유례없는 여름 가뭄과 폭염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장마철 강수량 부족으로 주요 댐의 저수율이 평년에 비해 크게 떨어져 농업용수 및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리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축산과 농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업용수·식수 비상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낙동강 중·하류 수역 주민들의 식수원인 안동·임하댐 저수율이 25% 밑으로 뚝 떨어지는 등 1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장마철과 홍수기인 8월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경우는 댐이 생긴 이래로 처음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에 따르면 9일 안동댐 저수율은 23.6%, 임하댐은 25.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저수위도 안동댐 160.7m, 임하댐 140.0m를 나타내 발전방류가 불가능한 수위인 안동댐 130m, 임하댐 137m를 위협하고 있다.

안동·임하댐 상류 유역의 강수량이 570㎜로 예년 평균보다 200㎜ 이상 부족하지만 방류량은 1초당 안동댐이 14t, 임하댐이 5t으로 수위가 매일 2, 3㎝씩 낮아지고 있어 이 상태가 계속되면 발전 중단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울진지역은 심각한 급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달 31일부터 취수장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급수와 비상급수를 하고 있다. 이번 제한급수는 1994년 폭염이 찾아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근남면 삼포 3리·구산2리를 시작으로 울진읍 정림3리, 평해읍 오곡2리, 서면 광회1·2리 등 799가구에 대해 제한급수와 비상급수를 병행하고 있지만 급수난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울진지역의 올해 6, 7월 강수량은 105㎜로 평년의 40%에 불과하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물 사용량이 급증, 식수부족사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울진군 상수도 사업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는 것 외에는 물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축산·농사 비상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축산농가들은 가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낮 35℃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가축 발육 저하, 번식률 하락, 돼지 폐사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영천 청통면 용천리에서 돼지 6천500여 마리를 사육하는 권호산(43) 씨는 "새끼 여러 마리가 딸린 모돈의 경우 체온상승으로 인한 폐사가 발생하고 있다"며 "폐사 돼지가 평소 한달에 2마리 정도였지만 폭염 이후 6마리로 늘었다"고 말했다.

영천 임고면 고천리에서 한우 300여 마리를 사육하는 박용배(55) 씨는 "비육우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료섭취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새끼를 낳은 암소도 발정률 감소로 가축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사용 댐과 저수지도 물부족 현상이 가속화해 농사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문경과 예천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경천댐의 저수율은 42%를 기록, 지난해 75.3%에 비해 매우 낮으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27개의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45%를 밑돌고 있다.

◆여름장사 직격탄

하천 계곡물이 마르면서 주변에서 래프팅과 민박업을 하는 주민들은 여름장사를 하지 못해 울상이다. 경북지역 최대 래프팅 관광지인 봉화 명호면 이나리강은 가뭄으로 강물이 줄어들면서 예약 취소가 속출, 하루 관광객이 평년에 비해 50% 수준인 1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래프팅 업체를 운영하는 채광주(50) 씨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번도 물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심각한 가뭄은 처음 겪는다"면서 "물이 없어 재미가 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감소해 개업 후 최악의 경영상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 주변 피서철 특수를 기대했던 민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봉화 소천면 구마동 계곡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창덕(59) 씨는 "계곡물이 줄어들자 피서객들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면서 "산간계곡이지만 물부족이 심각해 식수가 고갈될 정도"라고 했다.

민병곤·이상원·엄재진·이희대·마경대·고도현·박승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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