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자유구역에 자유가 없는 것이 더 문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 문제를 놓고 지식경제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 5일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내 93개 단위지구 중 사업 추진이 부진한 35개 지구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거쳐 지정 해제 등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일제히 반발하자 하루 만에 "지자체가 원하는 경우에만 해제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지경부의 방침은 경제자유구역 해제 검토를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지자체가 원하는 경우에만 경제자유구역을 해제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그런 지자체는 없다. 새만금의 군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일부가 구역 해제를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경제자유구역청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지정 해제를 원하는 지역이 없고 따라서 지정 해제될 경제자유구역도 없다면 오는 16일부터 가동되는 '경제자유구역 부적합지구 평가위원회'는 무엇 하러 개최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경부는 평가위원회에서 35개 지구별로 사업 타당성과 개발 가능성, 개발 지연 사유 및 향후 계획을 들어보고 후속 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정 해제 의견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일치된 전망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은 지자체의 책임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도 큰 원인이다. 오죽하면 '경제자유구역에는 자유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올까. 경제자유구역이 본 궤도에 오르려면 정책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재정 지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경부의 지정 해제 검토는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명실상부한 경제자유구역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먼저다. 지정 해제 검토는 그 다음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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