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학교 폭력은 피해학생 입장에서 대책 세워야

대구 북구의 모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에 이은 집단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2학년인 피해 학생은 1학년 때부터 같은 반 급우들로부터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 같은 반 학생 대다수가 참여할 정도로 집단적, 지속적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죽은 쥐를 책상에 올려놓거나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도저히 급우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

학교 내에서의 집단 폭행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힌 학생이 3만 명에 이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교 폭력 사건은 2007년 7천600여 건, 2008년에는 8천800여 건이었다. 이는 학교 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를 집계한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학교의 태도다. 정확한 학교 폭력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조치도 미흡하다. 이번 사건만 해도 피해 학생의 온몸에 피멍이 들고, 폭행에 의한 병원 진단서도 있었지만 학교는 폭행 여부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며 급우들끼리의 장난으로 돌리고 있다. 학교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 학교 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범죄 행위다. 학교는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미 문제가 돼 심의위원회가 열릴 정도이면 피해 학생은 평생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받은 뒤다. 학교가 급우들끼리의 장난 정도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 입장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 가해 학생은 장난이라 하더라도 피해 학생이 폭력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또 학교도 장난을 방치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학교가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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