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녀모델과 주류업계의 경제학…그녀가 떠야 매출도 뜬다

주류업계에는
주류업계에는 '소주는 여자모델, 맥주는 남자모델'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는 것 같다. 소주는 순해진 맛을 강조하기 위해 미모의 여배우를 기용하는 경향이 강하고, 맥주는 유쾌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강조하다보니 남자 모델이 자주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금복주·하이트맥주·오비맥주 제공

최근 참소주가 광고모델로 인터넷 얼짱 출신 연예인 박한별을 기용했다. '담비소주'라는 애칭까지 가져다줘 '대박 광고모델'로 평가받았던 손담비와의 2년 계약이 끝나면서 새로운 모델을 물색한 것이다. 사실 '소주 모델=당대 미녀'의 공식이 성립돼 있다. 특히 참소주 모델은 기용될 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에 불과했지만 모델 활동 후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5대 모델로 기용된 박한별이 과연 소주 미녀 대열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을지 앞으로 그녀의 활약을 지켜볼 일이다.

◆박한별, 참소주 모델은 뜬다. 계보 이을까?

참소주 모델은 대구경북민들 최고의 관심대상이 된다. 특히 연초 '참소주 달력'이 배포되기 시작하면 모델의 이미지와 광고 콘셉트를 놓고 주당들의 술자리 설왕설래가 뜨겁고, 일각에서는 달력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정도다.

지금까지 참소주 모델은 '뜰 만한 잠재성을 가진 신인모델을 제대로 짚어낸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드라마와 CF 등을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1대(2004~2005년) 모델 한예슬은 당시만 해도 신인 여배우에 불과했지만 참소주 광고 이후 주가가 급상승했다.

또 2대(2005~2007년) 이보영 역시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잘 부각되는 광고를 통해 좋은 평을 얻었으며, '며느리 전성시대'라는 드라마를 통해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던 3대(2007~2008년)모델 이수경은 그녀만의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살린 '달려라 하니' 콘셉트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참소주 모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몰고다닌 것은 단연 4대(2008~2010년) 모델 손담비였다. 신인가수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를 금복주에서 곧장 전속모델로 찜한 것. 그녀 덕분에 참소주 달력은 동이 났고, 손담비의 참소주 광고 포스터를 모으는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인기를 실감케 했던 사실은 '참소주'를 일명 '담비주'로 부른 것이다. 소주병에 붙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뜯어낸 뒤 소주잔 아래 붙여놓고 한 잔 들이켤 때마다 손담비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즐긴다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광고 모델이 매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를 새삼 알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활약 중인 주류 모델은?

소주 광고에 미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진로 참이슬이 출시된 1998년, 톱스타 이영애가 광고 모델로 나서 큰 화제를 불러모은 것. 당시 업계 관행상 주류 광고에 여성 톱스타가 등장한 것은 파격이었다.

이후 특급 여자 모델이 잇따라 기용되기 시작하면서 소주 모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또 소주 모델이 화장품 모델과 나란히 여배우의 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주 모델로 활약한 스타 계보는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하지원 등으로 화려하다.

현재 진로 참이슬의 모델로는 이민정, 진로제이는 신민아를 내세우고 있으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이효리가 3년째 활약하면서 흔들어마시는 일명 '회오리주=효리주'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매출을 이끌고 있다.

보해 잎새주는 여자 연예인 중 술 잘마시기로 이름난 백지영을 내세우고 있고, 대선주조의 시원소주는 한예슬을 기용했다. 최근에는 신세경이 롯데주류의 청하 모델로 합류했고, 황정음은 국순당 막걸리로 주류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금복주에서는 순한소주 '스타일'의 모델로 한채아를 쓰고 있다.

◆소주는 여자모델, 맥주는 남자모델?

사실 소주는 '남자의 술'이다. 최근에는 여성 애주가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소주 소비자 비율은 남자 7대 여자 3으로 남성 소비자가 압도적이다. 이런데도 모델은 왜 대부분 미녀 스타를 기용하는 걸까?

그 이유로는 '순해진 소주'에 있다는 해석이다. 소주가 '독주'에서 벗어나 '순한 맛'을 강조하면서 여성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는 것. 특히 여성 모델은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 적절해 '마신 다음날이 깨끗한 소주', '좋은 물로 만든 소주' 등의 이미지를 강조하기에도 좋다는 분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남자들끼리의 적적한 술자리에 미녀 스타가 함께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에 맥주 모델은 주로 남성들이다. 한때는 조각미남 장동건이 '맥주 한잔'을 유혹한 것을 비롯해 주진모, 조인성 등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남들의 맥주 광고 쟁탈전이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맥주업계 남성 모델들 역시 진화하고 있는 상황. 천편일률적으로 카리스마와 꽃미남을 내세우던 시절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돼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돌 가수나, 제품의 장점을 어필해줄 믿음이 가는 모델을 선정하는 쪽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것. 또 광고에 '스토리'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한 모델을 전속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별로 다양한 모델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빅뱅, 이승기 등 아이돌을 내세웠던 하이트맥주에서는 최근 '파워 오브 비어'라는 광고캠페인의 4편으로 탤런트 김남길을 등장시켜 '9회말 2아웃'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의 짜릿한 순간이 맥주와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표현했다. 또 '맥스' 광고에서는 '남자의 허세'라는 스토리로 영화배우 하정우를 등장시켰다.

이에 맞서는 경쟁사 오비맥주에서는 가수 싸이를 모델로 유쾌한 느낌의 '카스라이트' 광고를 선보이는가하면 카스프레시 모델로는 짐승돌 2PM을 기용해 '짜릿한 여름'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내놨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특별히 남자 모델을 써야 한다는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아무래도 맥주의 유쾌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그려낼 수 있는 모델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자모델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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