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굳어 나무가 된 연잎이 있었다
수정다방 김양이 그걸 들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안사장은 김양이 양지바른 곳에 서기를 주문했다
늘 분같이 환하던 김양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안사장은 김양과 그늘사이를 찍었다
연잎에 움찔 물이 돌았다
꽃이 된 김양이 최선을 다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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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다방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정황을 묘사하고 있는 이 시편은 시인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 시학을 잘 보여준다. "잘 굳어 나무가 된 연잎"은 오브제 자체로서 그로테스크 이미지를 내포한다. "수정다방 김양"은 그것에서 자신과 그 어떤 친연성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그녀는 "그걸 들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한다. "늘 분같이 환하던 김양이 어두워지고 있었다"라는 정황묘사는 '굳은 나무가 된 연잎'에 대한 김양의 정서적 동화를 환기시킨다.
"안사장은 김양과 그늘사이를 찍었다"라는 언술은 절묘하다. 이 시를 한 편의 가작(佳作)으로 만드는 열쇠 같은 것일진대, 김양을 찍는 것이 아니라 '김양과 그늘사이'를 찍는다. 시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무어라 딱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벌어진 틈새' 같은 것 말이다. 이어지는 "연잎에 움찔 물이 돌았다"라는 행은 그 시적인 전성(轉性)을 암시한다. 그 전성으로 인해 "꽃이 된 김양", 즉 연잎과 동화된 김양은 연꽃이 되어 그 빛과 그늘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웃"는다. 죽어서 굳은 나무처럼 딱딱하던 연잎은 "최선을 다해 웃"는 김양을 만나, "움찔 물이 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늘 분같이 환하던 김양이 어두워"져서야 생겨난 '흰 그늘' 같은 것이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일 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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