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간된 두 권의 시집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른다.
◆이병달 시인 '별바라기'
'별바라기(청어 펴냄)'는 이병달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서시(序詩)로 시작해 제1부 황사, 제2부 억새꽃, 제3부 개나리, 제4부 합죽선, 제5부 거미 등에 자작시와 시조 등 112편이 수록돼 있다. 시인은 "곡절 많은 삶의 여정에서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감회들을 글로나마 꼭 남기고 싶다" 며 "그 옛날 대숲이나 갈대밭에 숨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두건장이나 이발사의 심정도 아마 이러했으리라"고 밝히고 있다.
'아득한 전생/ 내몽골 어느 사구/ 죽어도 못 잊는 누군가 살았는가/ 봄이 오면 여기, 한반도까지/ 천지사방 춘정/ 꽃가루를 날려보낸다/ 어제는 눈물 콧물 쏙 빼놓고/ 목마저 잠기게 하더니/ 오늘은 차라리 몸져누우라 한다/ 바람으로 이어진 먹먹한 인연/ 온종일 해 설핏해지면/ 이 밤 잠 못 드는 이/ 또, 얼마나 될까 (하략)' -황사- 중에서.
이병달 시인의 시들 중에는 유독 인연과 사랑, 관조에 대한 노래가 많다. 곡절을 겪으며 한 세월 살아온 사람의 정한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 아버지가 됐을 사람이 아버지의 헌신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오래 이야기한다. 152쪽, 9천500원.
◆이종암 시인 '몸꽃'
'몸꽃(애지 펴냄)' 은 이종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종암 시인은 첫 번째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 와 두 번째 시집 '저, 쉼표들'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서정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시집 '몸꽃'에서는 현재 삶 이전의 삶과 이후 맞이하게 될 본래의 삶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모색하려고 한다. 삶과 죽음, 생명의 길을 화두로 한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꼭, 누가 부르는 것만 같다/ 교실 창밖으로 자꾸 눈이 간다/ 화단에 동백 세 그루/ 겨우내 몸속 쌓아둔 긴 기다림에/ 잎은 온통 진초록 빛인데/ 봄볕의 불을 받아 안고서 끝내/ 한 며칠 잉걸로 활활 타오르더니/ 그예 몸 아래 불길 주루룩 다 쏟아/ 꽃방석 하나 만들고는 곧장/ 눈 꾹, 감는다/ 초록의 제 길을 가는 것이다. (하략)' -봄날도 가고-
김경복 평론가는 "이종암의 시는 무릇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이 우주의 신비에 대한 무한한 경배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시적 순례의 길"이라고 말한다. 어쩐지 짠하지만 또한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노래처럼 읽힌다. 128쪽, 9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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