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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향약집성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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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안질이 걸릴 정도로 한글 창제에 몰두한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를 끔찍이 사랑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리석은 백성을 깨우치기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병고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보고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집현전 학자 권채를 불러 '신토불이' 한의서를 만들 것을 명한다. 이에 권채는 유효통, 노중례, 박윤덕 등과 함께 연구에 몰두, 1433년 마침내 한 권의 의학서를 내놓는다. 바로 '향약집성방'이다. 향약(鄕藥), 즉 우리나라 약초라는 책 이름에서 민족 자존심이 물씬 풍겨난다. 향약집성방은 한국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이용, 우리 풍토와 체질에 맞는 향약을 연구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여기에는 병증(病症)과 약방문(藥方文)은 물론 침구법 1천416종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이 약 150년 후 세계적인 명저 허준의 '동의보감' 탄생의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한의학(韓醫學)은 이제 충분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도 침술이다. 서양인의 눈에는 아주 비과학적인 것이 침술이지만 한번 경험하고 나면 그 효능에 혀를 내두른다. 서양인들은 보통 발목을 삐어 고생고생하다 수소문 끝에 한의원을 찾는다. 맘에 내키지 않지만 침을 맞고 나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을 수 있음을 체험하고는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최근 벽안의 한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침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번에는 중국이 침구를 세계무형유산으로 신청하자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들고 일어났다. "침구는 한국이 원조다"며 한국의 침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권 전통 의학의 기원이 중국에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 민족, 우리 땅에 맞는 독자적인 한의학도 충분히 발전했고 연구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 말기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은 중국에는 아예 없는 것으로 세계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실례로 들었다.

바야흐로 '웰빙 시대'다. 부작용이 없는 천연의 약초와 전통 침술, 뜸이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은 뻔하다. 이제 한의학은 그냥 전통 의학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갖춰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우리의 독창적인 한의학이 늘 우리 주변에 있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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