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동인동 D식당. 식당 벽면에 '식재료 가격이 올라 부득이하게 음식값을 올리게 됐습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식당 직원(38)은 "배추값이 급등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며 "혹시나 손님들이 가격 때문에 발길을 돌릴까 걱정이다"고 한숨 쉬었다.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들썩이고 있다. 3배 넘게 치솟고 있는 배추값을 견디다 못해 할 수 없이 찌개, 보쌈 등의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일부 식당은 비싼 재료값을 감당 못해 김치찌개 등 몇몇 음식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배추값 폭등 때문에 점심값이 더 들게 생겼다며 불만을 내뱉고 있고, 아예 도시락을 싸와 점심값을 아끼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5일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1만2천500원으로 한달전(3천680원)보다 4배 가까이 올랐다. 무 가격도 개당 5천원으로 한달전(3천500원)에 비해 42%가 올랐다. 이와 함께 양배추, 시금치 등 다른 채소 가격도 연일 오르고 있다. 식당들은 식재료 가격이 한꺼번에 뛰어서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남구 대명동의 비빔밥집 주인은 "배추 이외에 다른 채소값도 50%씩 올랐다"며 "5천원인 비빔밥을 6천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성로에서 찌개를 판매하는 한 식당은 "김치를 담그려고 지난주 배추를 포기당 1만3천원이나 주고 샀다"며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 없어서 김치찌개를 메뉴에서 제외시켰다"고 했다. 이곳은 배추값이 떨어질 때까지 음식값을 올리기보다 메뉴를 제외하고 반찬 양을 줄이기로 했다.
직장인 배상호(34)씨는 "대부분 식당이 가격을 올리거나 재료를 줄이는 것 같다"며 "이러다 김치찌개에 김치가 없고, 보쌈에 배추가 빠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음식값이 오르자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도 생겼다. 김경희(30·여)씨는 "점심 한끼에 1천원만 올라도 한달이면 3만원이 더 지출되는 셈"이라며 "그럴 바에야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주부터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료들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유롭게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선미(28·여)씨는 "배추값 폭등으로 싫어하는 신김치도 참고 먹었는데 이제 식당 음식값도 오르니 점심값이 걱정이다"며 "나도 조만간 도시락을 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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