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거짓말 斷想(단상)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를 접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고 회사에 결근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8%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직장인 2명 중 1명은 거짓말을 하고 결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근을 위해 가장 애용된 거짓말로는 '몸이 아프다'였고, 심지어는 멀쩡한 가족이나 친지의 조문(弔問)까지 필요했다. 거짓 결근의 결과는 놀랍게도 거의 다 들키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는 사실, 거짓말이 성공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61%가 속임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거짓말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사회학자 고프만은 속이기를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좋은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당사자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착취적 거짓말'로 구분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나 홍보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만이 포함된다. 제품의 좋은 면만을 앞세우고 불리하거나 나쁜 점은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30년간 속임수를 연구해 온 로버트 펠드먼은 실험을 통해 우리가 평균적으로 10분에 세 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거짓말은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으며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요즘 매체를 보면 온통 '거짓말'과 진실 공방으로 어수선하다. 높으신 분들의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에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거짓말탐지기가 필요할 것 같고 병역기피 의혹의 MC몽, 4억 명품녀 방송, 해외 원정 도박을 숨긴 신정환 병원 인증샷, 태진아-이루 부자와 폭로 공방을 벌였던 여성 작사가의 거짓말까지 정신이 없다.

타블로의 학력 문제는 그의 스탠퍼드대학 졸업 사실을 수사기관이 확인, 발표했지만 아직도 시비 중이다. 하지만 의혹의 해소 결과와 관계없이 거짓말 논란에 휩쓸린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냉랭하다. 그 이유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거나 확실히 사실이 아닌 주장을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로 인해 씻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포토맥 강변의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대한 공화당 측의 도청과 무단 침투 사실이 보도된 뒤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다 거짓임이 밝혀져 결국 직(職)에서 사임했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중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하면서도 "그녀와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고 적당히 부인하다가 사실관계가 들통나 망신살이 뻗쳤다.

특히 요즈음은 정보통신과 온라인 네트워크의 발달로 일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는 평생 벗어나기 힘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는 악순환의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임기응변식 거짓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활용해 힘과 권력을 얻을 수도 있지만 들통이 나면 이 모두를 잃게 되며 거짓말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자기(無自欺). 스스로에 속임이 없다는 말이다.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또한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옛말에 남을 속이는 것이 좀도둑이라면 자기를 속이는 것은 큰 도둑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어쩌면 몇 사람은 영원히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누구를 속이려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누구에게 속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나를 속이고 사는 인생은 아닌지 뒤돌아 보자. 계절만은 거짓 없이 한창 가을이다.

나채재(FT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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