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생쥐와 개구리'에서 개구리가 이웃사촌인 육지 동물 생쥐와 함께 발을 묶고 물 속으로 들어가 생쥐를 결국 죽게 하였다. 마침 근처를 날던 독수리가 죽은 생쥐를 낚아채 날아가자 발이 묶인 개구리도 함께 독수리의 먹이가 되었다. 요즈음 대구시에서 구미 도개지역으로 취수원을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접하면서 문득 이 우화가 생각난다.
지금 구미 도개, 선산, 옥성 지역은 온 동네에 '대구 취수원 구미이전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10%를 담당하는 구미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구시는 구미시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취수원 이전 관련 예비 타당성 조사용역을 의뢰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8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구미시민들은 '남의 마당에 우물을 파는 격'이라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2008년에도 구미지역으로 취수원을 이전하기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한 바 있고 그 결과 갈수기 유지수 부족, 하류지역 물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퍼클로레이트 등 일부 오염물질이 취수원 이전 지역 상류에서도 검출되는 등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시가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리고 구미공단으로 인해 여러 차례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구미시는 그간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국 유일의 정화조 없는 도시로서 하수처리율 99.8%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 수질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공단 곳곳에 9만5천t에 이르는 완충저류조도 설치하는 등 수질사고 차단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수질오염방제센터'도 구미에 설치되어 낙동강은 물론 전국의 국가하천의 오염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구미시는 2011년 수도기본계획 변경시 선산, 해평, 구미취수장의 상수원보호구역을 5천4㎢ 해제할 계획이다. 선산, 해평취수장은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 상수도 공급으로 해제가 가능하고 구미취수장은 공업용수를 생산하기에 해제 가능한 것이다. 특히 우리 시가 하수처리율을 거의 완벽하게 만든 그간의 노력 때문에 더더욱 가능해진 것이다. 개별공장 입지제한구역이 102㎢로 축소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대구의 취수원 이전으로 구미가 마치 혜택을 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취수원 이전으로 도개 상류 20㎞까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확대되면 상주시와 의성군 지역도 많은 피해를 볼 것이다. 구미는 설령 7㎞로 되더라도.
정부 발표에 의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내년 말 끝나면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해놓고도 상수원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자가당착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5천420억원을 들여 지름 2m의 송수관 두 개를 매설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물길을 바꾸고 강의 생명력을 거스르는 것도 문제지만 구미공단에는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다. 하루 95만t의 물을 취수함으로써 발생하는 취수원 하류지역의 물 부족 사태, 자정기능 상실로 인한 수질 악화, 공업 및 농업용수 부족,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는 물론 낙동강 오염총량제에도 부담이 돼 국가 5공단 조성, 구미경제자유구역 등 기업 활동과 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바둑을 둬도 수순이란 게 있다. 이해 당사자인 41만 구미 시민의 의사는 한마디 묻지 않고 "대구 취수원 상류이전 구미 발전 물꼬 트인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그만두기 바란다. 수년간의 대구경북 상생협력 분위기가 이로써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권이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구미시민들을 자극하여 될 일도 안 될 것이다. 낙동강은 이제 생명의 강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대구시는 낙동강 유역 도시의 일원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대구 근교 낙동강에서 맑은 물 확보의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유진(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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