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화, 3.6원↓ 하루 만에 14.8원↑ '롤러코스터'

글로벌 환율전쟁, 원화값에도 불똥

전 세계가 환율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달러 약세 정책과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으로 촉발된 환율전쟁은 일본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과 신흥시장까지 번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원화값도 동반상승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고, 금융시장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는 지금 환율전쟁 중

글로벌 환율전쟁의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이 깔려있다. 미국은 내수 침체와 부진한 고용상황 등으로 '더블딥' 우려에 직면하자 달러값을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섰다. 또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중국에 위안화 가치 절상을 요구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전체 경상수지 적자 규모 중 60%가 넘는다. 그러나 중국이 절상 요구를 외면하자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저가 제품 중심의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은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양국의 신경전이 전쟁으로 확산된 계기는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엔화의 초강세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은 지난달 15일 외환시장에서 2조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였다. 또 기준금리를 0~0.1%로 인하하고 5조엔의 국채 매입 계획도 발표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환율전쟁의 불똥은 전세계로 튀었다. EU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하며 미국을 거든 반면, 브라질과 멕시코 등 친중 국가들은 중국 쪽에 줄을 섰다. 이 과정에서 인도 루피화를 비롯해 태국 바트, 인도네시아 루피아,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크게 뛰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원화값

환율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원화는 유탄을 뒤집어썼다. 하락폭이 클 뿐만 아니라 환율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3.6원 하락한 뒤 12일에는 하루 만에 14.80원이나 급등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은 전일보다 000원 ~~한 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도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일 기준 원·달러 기준환율은 지난달 10일에 비해 4.59%나 떨어졌다. 이는 싱가포르 달러화 2.60%, 태국 바트화 2.59%, 일본 엔화 2.23% 등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신흥국가들은 통화 가치 상승으로 단기 투기자금이 몰려들자 외환 거래 규제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외국 투자금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4%로 올렸고 페루도 외국인 예금 보증금을 신설했다. 태국도 외국인 채권 수익에 대한 과세 조치를 검토 중이다.

◆11월이 분기점될 듯

환율 전쟁은 11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11월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간선거가 있고, 같은 달 11~12일에는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미국 중간선거는 환율 전쟁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환율조작국으로부터 수입된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것을 골자로 한 '환율보복법'의 법제화여부가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 결정된다. 다음달 2~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눈과 귀가 쏠려있다. 이번 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 규모가 발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5천억~1조달러로 예상되는 양적완화 규모에 따라 달러 약세 흐름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 환율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G20 정상회의에서 각 국가가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지 않겠다는 수준에서 합의가 나온다면 환율 전쟁은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는 조치가 나온다면 원·달러 환율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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