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면

우리 사회에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빈곤층이 중간 계층으로 올라설 기회는 계속 줄어들고 중간 계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 잘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3~2008년 빈곤층 도시 근로자가 상위 계층으로 올라선 비율은 31.1%로 1990~1997년의 43.6%보다 12.5% 포인트 낮아졌다. 또 중하위층이 같은 기간 중 빈곤층으로 하락한 비율은 12%에서 17.6%로 5.6% 포인트 증가한 반면 상위 계층으로 상승한 비율은 33.5%에서 28.2%로 5.3% 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빈곤층과 중하위층은 상위 계층으로 올라서기도 어렵고 하위 계층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장점이었던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사라지면서 사회 구조가 거대한 빈곤 계층과 소수의 부유층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음을 뜻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수많은 개선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인상이다.

가장 큰 원인은 교육 격차이다. 사교육 혜택의 기회가 많은 부유층 자녀는 그렇지 못한 빈곤층 자녀보다 학력이 높고 이는 또다시 빈부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희망이 없는 사회로 전락한다. 열심히 일해도 잘살지 못하고 노력만큼 대가를 받지 못할 때 좌절과 절망은 뿌리를 내리고 사회는 통합이 아닌 분열로 치닫는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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