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의 모래시계' 전국 간이역 명소

지난 8월 말 화본역에서 진행된 드라마
지난 8월 말 화본역에서 진행된 드라마 '도시락' 촬영 현장
문경 불정역의 명물인 테마펜션열차.
문경 불정역의 명물인 테마펜션열차.

간이역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백개의 간이역이 있다. 열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은 세월에 묻혀 방치되거나 가정집 등으로 변해 옛 모습을 찾기 힘든 곳도 있다. 반면 정선, 문경 등에서는 폐간된 역을 활용해 색다른 철도 체험 추억을 제공하고 있다. 특색 있고 이름난 간이역을 소개한다.

◆대구경북의 간이역 명소

경북 봉화에 위치한 승부역(영동선)은 대한민국 간이역의 대표주자로 꼽힐 만큼 이름난 곳이다. 역 인근에 작은 마을이 있을 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1999년 '환상선 눈꽃 순환 열차'가 운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탄을 자아내는 오지 속 비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늘어나 신호장(열차의 교행 또는 대피를 위하여 설치한 장소)에서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054)673-0468.

이름만 보면 용왕이 살 것 같은 용궁역은 경북 예천 용궁면에 있다. 봄이면 플랫폼 옆으로 벚꽃이 피고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역 구내를 노랗게 물들이는 용궁역은 간이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역 주변에 있는 이름난 순대국밥집이 있어 미각도 만족시킬 수 있다. 용궁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회룡포다. 용궁면소재지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도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내성천 줄기가 마을을 350도 휘감고 돌아 나가며 마을 주위에 너른 백사장을 만들어 놓았다. 마을 건너편 비룡산의 전망대인 회룡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궁역은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이다. 동대구역에서 하루 세차례(오전 8시 13분, 오후 4시 18분, 오후 8시 12분) 용궁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경북 문경시 불정역의 명물은 역사(驛舍)와 테마펜션열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연석 건물 외벽을 가진 불정역사는 200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열차를 개조해 펜션으로 꾸민 테마펜션열차는 2008년 개장했다. 무궁화호 객차 6량과 전동차 1량 등 열차 7량을 10개의 객실로 바꾼 테마펜션열차는 4~5인용 소가족실 8개와 12인용 대가족실 1개, 15인용 단체객실 1개로 구성돼 있다. 불정역에서는 레일바이크(철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다. 054)552-2356.

◆문화재로 등록된 간이역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 받아 등록문화재가 된 간이역은 전국에 20여 곳 있다. 대구의 동촌역, 반야월역이 대표적인 경우다. 1930년대 건축 원형을 간직한 동촌역과 반야월역은 2006년 등록문화재가 됐다. 이 밖에 경북 문경시 가은역(가은선), 울산시 울주군 남창역(동해남부선), 전남 곡성군 구 곡성역(전라선), 전남 순천시 원창역(경전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경의선), 강원 원주시 반곡역(중앙선), 경남 진해시 진해역(진해선), 전북 군산시 임피역(군산선), 전북 익산시 춘포역(전라선), 경기 고양시 일산역(경의선), 경기 남양주시 팔당역(중앙선), 경기 양평군 구둔역(중앙선), 충북 영동군 심천역(경부선), 강원 삼척시 도경리역과 하고사리역(영동선), 전남 여수시 율촌역(전라선), 부산 해운대구 송정역(동해남부선), 충남 보령시 청소역(장항선)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드라마 촬영지

화본역은 이달 3일 방송된 MBC 드라마 '도시락'의 촬영 무대가 된 곳이다. '도시락'은 폐쇄를 앞둔 시골의 간이역에 모인 사람들의 아픔과 추억을 담은 드라마. 이민정·임슬옹·배한성·차화연·박혜진 등이 출연했다. 드라마에서 화본역은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054)382-7788.

2008년 8월~2009년 3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낸 황지역의 배경이 된 곳은 경북 영주의 평은역(중앙선)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꽤 유명세를 탈 법도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여전히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댐 공사가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역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라져 가는 간이역이 아쉬운 사람은 한번쯤 가 볼만한 곳이다. 054)637-4181.

이경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